한국 첫 레고 공인작가 된 카이스트 출신 공학도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 한국 첫 레고 공인작가..

지난 시간에는 브릭 아티스트가 어떻게 작품 활동을 하는지 간단하게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칼럼부터는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 몇 분의 놀라운 작품 세계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소개해 드리고 싶은 브릭 아티스트는 한국 최초의 레고 공인 작가(LCP, LEGO Certified Professional)인 김성완 작가입니다. 김성완 작가는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던 공학도였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전 세계에서 단 십여 명에게만 주어지는 LCP자격을 얻게 되었을까요?
 

하비앤토이 작업실에서 김성완 작가. [사진 브릭캠퍼스]

하비앤토이 작업실에서 김성완 작가. [사진 브릭캠퍼스]

 
김 작가가 처음 레고를 만지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 4학년 때였어요. 친구 집에 놀러 가 처음 레고를 만져봤는데 특정 제품 박스에 들어있던 것이 아니라 벌크로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었대요. 시티 계열 제품에 들어있는 시스템 브릭이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 격자무늬의 창문이 열리는 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지금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그 제품이 뭐였는지 궁금해진답니다. 그런데 레고를 조립하고 분해하면서 생전 처음 보는 장난감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은 생생한데 그 친구가 누구였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대학교 재학 중 대전에 처음으로 백화점이 들어온다고 해 구경하러 갔다가 레고가 있는 걸 발견하고 너무 반가웠답니다. 제품 카탈로그를 보니까 공학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기한 테크닉 제품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그의 시선을 빼앗은 레고가 테크닉 슈퍼카 8448 제품이었습니다. 이베이를 뒤지기 시작해 결국 꿈에 그리던 첫 레고를 손에 넣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도 이 멋진 세계를 공유하고 싶어 레고 동호회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바로 국내 최대 레고 동호회 브릭인사이드입니다.
 
그는 대학 졸 후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얼마 안 있어 그만두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것은 대기업 문화가 성향에 안 맞기도했고, 여기 아니어도 할 일은 많다는 자신감이 있어서였습니다. 재취업한 벤처회사가 잘 안 되자 오히려 취미로 해오던 레고 창작 활동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토이저러스 매장이 한국에 들어오고 완구 시장이 커지면서 레고 코리아에서 정식으로 전시용 대형 작품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2008년 하비앤토이를 설립했습니다.
 

레고 공인 작가, LCP 로고 [사진 LEGO]

레고 공인 작가, LCP 로고 [사진 LEGO]

 
그의 사업이 날개를 단 것은 LCP 자격 획득 덕분입니다. 2013년에 레고 본사에 포트폴리오를 제출한 지 4년 만에 한국 최초로 LCP가 됐습니다. 보통 한 나라에서 1, 2명만 선발하기에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LCP가 되면 레고 부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구매가 가능하고, 정식으로 LCP 로고 사용이 허용됩니다. 무엇보다 레고 창작인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유일한 자격을 얻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자 프라이드입니다.
 

하비앤토이 작업실. [사진 브릭캠퍼스]

하비앤토이 작업실. [사진 브릭캠퍼스]

 
요즘 레고 제작의 난이도가 높아져 비용도 들고 잔손도 많이 간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설계도대로만 브릭을 쌓아서 작품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보다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LED나 컴퓨터 보드와 같은 브릭 이외의 부품을 많이 사용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접착제로 브릭을 고정하는 본딩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대형 작품이 장기 전시되는 경우가 많아 본딩 작업을 한답니다. 브릭은 플라스틱 제품이라 주변 환경에 따라 응축하고 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너무 세게 조립하면 접착제에 플라스틱이 녹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살살 조립하면 격차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0.0001mm 차이지만 맨 위로 올라가면 심하게는 한 브릭이 차이가 나기도 하지요.

 

하비앤토이 작업실에 구비되어 있는 제작 장비들. [사진 브릭캠퍼스]

하비앤토이 작업실에 구비되어 있는 제작 장비들. [사진 브릭캠퍼스]

 
그가 최근에 만든 작품 가운데 일반에 잘 알려진 것은 ‘스타워즈 트렌치 런’입니다. 전에 제작한 ‘트렌치 런 디오라마’를 업그레이드하면서 길이를 대폭 늘여 추격 장면을 강조하고, 다양한 LED의 사용으로 실제 영화 속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후면의 데스스타 내부는 방마다 다른 장면을 연출해 디테일한 요소를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어요. 기존의 많은 브릭 아트 작품의 미니 피겨가 그저 서 있는 모습으로 배치되어 있었다면, 김 작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피겨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 트렌치 런’ 작품. [사진 브릭캠퍼스]

‘스타워즈 트렌치 런’ 작품. [사진 브릭캠퍼스]

 
김 작가는 스타워즈 트렌치 런에 LED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모든 선을 안쪽으로 감추기 위해 브릭 하나하나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작업해야 했다고 합니다. LED마다 필요한 전류값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전류가 모자라면 충분히 밝지 않기도 하고, 선이 얇으면 용량을 커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전류값을 일일이 계산해 전선을 다르게 사용했습니다. 이처럼 스타워즈 트렌치 런은 안 보이는 작품 내부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 바로 상암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까지 사용해 제작한 작품으로 실제 건축학에 쓰이는 하중 계산법을 적용했습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 세계 속의 K-POP’ 작품. [사진 브릭캠퍼스]

‘상암 월드컵 경기장, 세계 속의 K-POP’ 작품. [사진 브릭캠퍼스]

‘엔드게임 서울숲’ 작품. [사진 브릭캠퍼스]

‘엔드게임 서울숲’ 작품. [사진 브릭캠퍼스]

 
김 작가는 현재 3D 스테츄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시리즈로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고양이’를 테마로 선정했습니다. 기존의 동물 스테츄 작품은 박제된 동물 같은 느낌의 작품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집사의 다리에 기대고 있는 고양이, 로봇 청소기 위에 올라탄 고양이처럼 인간과 교감하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고양이 시리즈 작품들. [사진 브릭 아티스트 김성완]

고양이 시리즈 작품들. [사진 브릭 아티스트 김성완]

 
앞으로 레고 아티스트로서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자체 콘텐츠의 작품을 많이 만들면서 자신의 강점인 디오라마 작품에 주력할 것이라고 하네요. 레고 이외의 소재를 사용한 놀라운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랍니다. 좀 더 먼 미래 이야기입니다만 하비앤토이 작품만을 전시하는 뮤지엄을 여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다음엔 한국의 두 번째 레고 공인 작가인 LCP 이재원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 한국 첫 레고 공인작가 된 카이스트 출신 공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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