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판을 흔들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

본사 인력의 20%는 IT 개발자… 푸드테크로 변모 중



f2953ac21b673db9c2affc93bba053bc.jpg

서울 마포구 상수동 고피자 본사 앞 직영점에서 임재원 대표가 새로 적용할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과 로봇 팔을 이 매장에서 테스트할 계획이다. / 사진:전민규 기자



국내 최초 1인 피자 시장을 개척한 임재원 고피자 창업가. 임 대표를 인터뷰하기 전 그가 2016년 1월 창업 후 만들었던 IR(Investor Relation) 자료를 보고 싶었다. ‘내가 투자자라면 투자를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에게 초창기 IR 자료를 요청해서 받아봤다.


IR자료에서는 ‘피자 시장의 새로운 미래는 3분 동안 구운 맛있는 화덕 피자를 3분 이내에 고객들이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눈길을 끌었다. 풀이하자면 패스트푸드형 피자 매장으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설명이다.



‘맛없다’ 퇴자에 투자 유치 불발도

3a6330fad8c987eee743664054894282.jpg
싱가포르 라우파삿 호커센터에 입점한 고피자 라우파삿점 전경. / 사진:고피자


왜 패스트푸드 형 피자 시장에서 기회를 봤을까? IR 자료에서는 가성비와 편리함을 따지는 혼밥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피자 시장의 강자인 피자헛, 도미노피자 등의 매출은 줄지만, 저가 브랜드와 냉동 피자 브랜드는 성장을 한다는 것이었다.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점주 혹은 알바 혼자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소규모 프랜차이즈가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2017년 개발한 3분 안에 자동으로 피자를 구워주는 초고온 화덕 ‘고븐’이다. 그리고 우수한 상품과 식자재를 내세웠다. 편리한 발주시스템과 안정적인 전국 물류망 등이 IR 자료에 담겨 있다.


고피자의 초창기 IR을 살펴보면 가맹점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인지, 피자 시장을 혁신하려고 뛰어든 스타트업인지 혼란스럽다. 스타트업이 내세운 혁신 솔루션으로 피자 시장을 흔들 수 있는지도 모호했다. 성장에 대한 비전을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대다수의 투자자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심지어 피자를 먹어보고 맛이 없다고 투자를 못 하겠다는 투자자도 만났다”는 임 대표의 토로가 초기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대변해준다. 어쩌면 초기 스타트업이면 의례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업을 구체화해야 성장할 수 있다. 창업가의 비전과 미래 성장성을 눈여겨본 투자자를 만나는 운이 있어야만 이 속도가 빨라진다.


임재원 대표는 “가장 어려웠던 것은 초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라며 “직장을 다니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푸드트럭을 운영하면서 현장 경험을 한 것을 인정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타트업은 맛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업데이트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가 말한 ‘업데이트’는 고피자의 성장을 위해 계속 시험하고, 기술개발에 매달리고, 시장에 맞게 서비스를 개편하는 것이다. ‘발전’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된다. 초기 고피자와 2021년 현재의 고피자는 현저히 달라졌다.


초기 3명에 불과했던 인원은 2021년 1월 현재 150여 명으로 늘었다. IR 자료에 없던 해외 진출도 진행했다. 고피자는 인도에 이어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2019년 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2배 성장한 1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의 어려움을 예상하면서 빠르게 변신한 덕분이다.


임 대표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4~5월부터 매장을 배달 운영으로 빠르게 전환해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벌써 80억원에 달한다. 캡스톤파트너스, 빅베이슨캐피탈, DSC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투자자들이 고피자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100억원 미만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고피자의 강점은 1인 혹은 소규모 인원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 개발이다. 3분 내에 피자를 완성하는 화덕 고븐은 계속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다. 이미지 센싱 기술을 이용해 아르바이트생이 토핑하는 시간과 실수를 줄여주는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도 완료 단계다. 곧 일부 매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피자를 자르고 피자의 종류에 맞게 소스를 뿌리는 등의 자동화를 위한 로봇 팔도 매장에 선보이게 된다. 3분 조리에 적합한 초벌 도우를 만드는 200평 규모의 공장도 강원도에서 운영 중이다. 임 대표는 “도우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이제는 자신 있게 맛도 자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 팔과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 적용 예정


34be5f1eaf3bcae26a62d942a61c759e.jpg
 


고피자는 패스트푸드형 피자 프랜차이즈로 성장하지만, 실상 내부에서는 푸드테크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던 셈이다. 임 대표가 “본사 인력의 20%는 IT 인력이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런 변신 덕분에 지난해 6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처음 진행한 ‘아기유니콘 200 육성사업’에서 고피자가 외식업체 중 유일하게 선정이 됐다. 3억원의 개척자금 외에 최대 159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저리로 지원받을 수 있다. 임 대표는 “투자 유치와 정책 자금 등으로 올해는 대규모 마케팅을 하면서 고피자의 브랜드 가치를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피자는 현재 1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여 개가 직영점이고, 나머지가 가맹점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19년 5월 인도 벵갈루루에 만든 고피자 1호점, 그리고 지난해 4월 부터 올해 초까지 싱가포르에 연 1~5호점이다. 투자자의 추천으로 진출한 인도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고피자가 개발한 기술을 직접 매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흑자를 기록할 만큼 고속성장 중이다. 임 대표는 “싱가포르 지사의 경우 지사장님과 호흡이 잘 맞아서 성장이 빠르다. 올해 상반기에 제일 큰 쇼핑몰인 선텍시티에 또 다른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자랑했다. 싱가포르에 6호점이 생기는 것이다.


패스트푸드 같은 피자 사업의 장점은 혼자서 혹은 소규모의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아르바이트생 교육과 인력 관리 등이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아르바이트생에게 음식 조리를 교육하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또 아르바이트생이 자주 바뀌는 탓에 인력 관리가 어려웠다.


고피자는 이를 기술로 풀어냈다. 음식을 만들어본 적 없는 아르바이트생도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을 이용하면 빠르게 음식을 조리할 수 있게 된다. 교육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자체 개발한 초벌 파베이크 도우와 고븐 등이 1인 운영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 때문에 고피자 가맹점 주는 30대가 많다고 한다. 임 대표는 “2018년 후반부터 가맹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1년 동안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산 것 같다. 그나마 우리보다 가맹점주를 우선으로 하면서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고피자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200호점 진출 목표


싱가포르 경영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그의 꿈은 맥킨지 앤드 컴퍼니나 보스턴컨설팅그룹 같은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친구들도 대부분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그의 눈을 넓혀준 계기는 싱가포르에서 대학을 다닐 때 받은 학교 과제였다. 싱가포르에서 애플의 광고를 전담하는 광고대행사를 찾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이 통과되어 광고대행사와 인연을 맺었다. 임 대표는 “프로젝트 종료 후 그 회사에서 인턴 제안을 받았다. 학교에 다니면서 2년 동안 인턴을 했는데, 그때 내가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임금의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인턴을 했을 때는 야근이 즐겁지 않았지만, 이보다 적은 돈을 받고 광고대행사에서 밤늦게까지 일할 때는 오히려 즐거웠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꿈을 바꿔나갔다.


카이스트 대학원을 졸업한 후 그는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5년 2월 10일 야근 때문에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다가 “왜 피자는 패스트푸드처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창업의 시작이다. 그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게 창업의 매력”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올해 고피자 매장을 200호 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