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때 10㎞ 성공" 연내 민간 우주로켓 1호 쏜다는 24세 CEO

  • 총동문회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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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는 소년들의 우주로켓 꿈 실현


만 24세 학부 4학년생이지만, 벌써 창업 6년차, 직원 36명을 둔 우주로켓 개발기업의 최고경영자(CEO)다. 그것도 하이브리드 로켓을 개발하는 이노스페이스와 함께 국내에는 둘밖에 없는 민간 우주로켓 개발기업 중 한 곳을 이끌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X처럼 고효율의 메탄 기반 액체 우주로켓을 개발하는 곳으로 따지면 국내 유일이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이사 겸 KAIST 항공우주공학과 4학년 신동윤(24)씨가 그 주인공이다.

 

신씨, 아니 신 대표의 휴대전화 번호를 누르자 영화 ‘스타워즈’ 속 캐릭터 다스베이더의 테마곡(Imperial March)이 들렸다. ‘Z세대 CEO’의 첫인상이었다. 지난달 21일 오후 대전 만년동 본사와 KAIST 문지캠퍼스 내에 있는 연소시험동을 옮겨 다니며 신 대표를 인터뷰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언제는 로켓이 안 만들고 싶었는지….” 

 

‘로켓에 언제부터, 왜 관심을 갖게 됐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콕 집어서 말할만한 특별한 계기나,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던 건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 안으로 로켓이 들어왔다고 했다. 

 

시작은 ‘별’이었다. 망원경을 들고 별을 보러 다니는 건 신 대표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진 오랜 취미다. 인터뷰 도중 직접 찍은 성운 사진을 슬쩍 보여주기도 했다. 막연히 별이 좋았던 소년은 ‘멀리 갈 수 있는 로켓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중3 여름방학, 네이버 카페 ‘별하늘지기’에서 만난 친구들과 십시일반 회비를 걷어 모은 돈으로 경기도 화성 모처에서 처음 소형 고체로켓을 지상 10㎞까지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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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입학 전에 이미 우주로켓 기업 창업


중학교 졸업 무렵 가족이 캐나다에 이민을 떠났는데, 신 대표는 1년을 더 한국에 남았다. 로켓이 좋았고, 로켓을 좋아하는 친구가 좋았다. 캐나다에서 고교 시절을 보낼 때도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총 8차례, 과학로켓 수준의 소형 고체ㆍ액체로켓을 만들어 발사했다. 신 대표는 “설계기술은 로켓 관련 서적과 인터넷으로 익혔고, 청계천ㆍ문래동 철공소를 오가며 부품을 깎고 용접해 로켓엔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은 캐나다 워털루대 수학과에 진학했지만, 대학 생활은 주로 로켓 동아리에서 보냈다. 당시 워털루대는 학생도 쓸 수 있는 로켓 연소시험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6년 3월, 아예 한국으로 영구 귀국했다. 취미에서 사업으로 방향을 바꿔 ‘페리지로켓’이라는 이름으로 법인(유한회사)을 설립했다. 중ㆍ고교 시절부터 같이 별을 보고, 로켓을 만들어본 친구들과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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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래에셋 등 기관 투자 두 차례 유치

캐나다 워털루대학은 자퇴했지만, 학업도 놓칠 순 없었다. 신 대표는 이듬해인 2017년 KAIST 학부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KAIST가 특례입학제도를 도입한 첫해였는데, 신 대표의 특출난 이력이 합격의 비결이었다. 전공을 정해야 하는 2학년, 그는 망설임 없이 항공우주공학과에 지원했다. 

 

그해 7월 신 대표는 14억원의 엔젤 투자를 받아 기존 유한회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국내 유일 인공위성 개발기업 쎄트렉아이의 박성동 회장과 지인들이 신 대표의 특이한 경력과 가능성을 알아본 것이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의 한재흥 교수도 거들었다. 캠퍼스 내에 액체로켓 엔진 연소시험장을 만들자고 권유했다. 그렇게 학부생 기업이 참여한 정식 산ㆍ학 협동 연구센터‘페리지-카이스트 로켓연구센터’가 설립됐다.

 

페리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학교와 멀지않은 대전 둔산동에 있는 사무실에 터를 잡았다. 그런데 하필 이곳은 유흥업소가 밀집한 ‘대전의 클럽가’였다고 한다. 신 대표는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 보면 주위에서 ‘쿵쿵’거리는 음악 소리가 들렸다”며 “‘나는 뭘 하고 있나’ 하는 한숨도 나왔다“고 회상했다. 

 

시작할 때는 10명이었지만, 도중에 절반은 회사를 나갔다. 처음에는 엔진에 불을 붙이는 것도 어려웠고, 이 때문에 죽을 뻔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 위기를 넘겨가며 2019년 6월 삼성벤처투자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기관투자가로부터 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 11월 다시 100억원이 넘는 시리즈B 투자까지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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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8.8m, 무게 1.8t 로켓으로 우주까지 

최태환 미래에셋벤처투자 수석은 “대표가 젊긴 하지만 우주로켓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뛰어났고, 쎄트렉아이 박 회장과 KAIST 교수들이 같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믿음이 갔다”며 “뉴스페이스 시대 속 초소형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소형 발사체를 만드는 곳은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몇 군데 없기 때문에 페리지의 기술력이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페리지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로켓 ‘블루웨일’은 길이 8.8m, 무게는 1.8t으로 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로켓 중 가장 작은 로켓이다. 미국의 대표적 소형우주로켓 개발기업 로켓랩의 ‘일렉트론’이 길이 17m, 무게 12.5t인 것을 고려했을 때, 소형 중에서도 제일 작은 ‘초소형’인 것이다. 

 

신 대표는 “이는 작은 로켓으로 많은 페이로드(Payloadㆍ화물선)를 보내야 한다는 뜻”이라며 “최대한 연료에 비중을 두려면 로켓의 무게 자체가 가벼워져야 하고, 비추력(로켓 추진체 성능 값)을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소실의 압력을 높이고 최대한 버리는 가스가 없게 하는 게 관건이다.

 

소형 발사체의 경우 모든 부품을 제한된 사이즈로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통신 장치를 예로 들면, 큰 로켓이나 작은 로켓이나 1000~2000㎞ 정도 떨어진 지상과 통신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동일한 성능을 내는 장비를 작은 사이즈에서 구현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페리지는 이런 로켓 엔진이나 터보 펌프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 개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단 수익을 내려면 사올 수 있는 부품은 사서 만드는 게 낫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남의 엔진을 사서 쓸 수 있겠지만, 우리 기술이 없으면 결국 언젠가 빚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게 페리지의 타협할 수 없는 신념이다. 시행착오가 있고 속도가 느리더라도 하나씩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진정한 페리지의 경험으로 쌓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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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국내 민간기업 최초 우주로켓 발사

이렇게 한 땀, 한 땀 만들어 올린 블루웨일의 엔진은 드디어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우선 올해 말까지 첫 액화메탄 기반 시험발사체를 고도 100㎞ 이상의 우주로 쏘아 올릴 예정이다. 

 

신 대표는 “기술적인 여러 문제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쳐 애초에 세웠던 계획이 많이 늦어졌다”며 “앞으로 총 3차례 시험발사를 마친 뒤 50㎏ 이하의 소형 인공위성을 발사해주는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계획이 성공한다면, 한국에서는 민간기업 최초의 우주로켓 발사로 기록된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학부생이 어떻게 취미 수준이 아닌 복잡한 상업용 액체 연료 로켓을 만들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아직까지는 타당한 의심이라고 생각한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아마 페리지에 대한 의구심의 대부분은 저에 대한 의구심일 것”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제가 다 한다고 하면 사기꾼일 것”이라는 농담도 덧붙였다. 학부생인 자신만 보면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페리지 전체를 보면 역량이 뛰어난 구성원들이 아주 많다는 의미다. 

 

전체 36명의 직원 중에는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직속 선배를 포함해 박사만 4명, 석사도 14명에 달한다. 나머지는 학부 졸업생 또는 신 대표처럼 학부 재학생들이다. 삼성전자와 항공우주연구원 출신도 합류했다.  

 

신 대표 뒤에는 동료 직원들만 있는 게 아니다. 국내 유일 인공위성 개발기업 쎄트렉아이의 공동창업자 박성동 회장이 초기 투자자 겸 멘토로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13t 액체엔진과 30t 엔진연소기를 개발하던 서성현 한밭대 기계공학과 교수도 회사 고문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들도 그의 든든한 조력자들이다.  

 

한재흥 교수는 “신 대표가 학부생임에도 불구하고 로켓에 대한 이해가 매우 뛰어나다”면서도 “로켓의 여러 부품에 필요한 요소기술들은 전공 교수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학생 창업 기업이긴 하지만, 산ㆍ학ㆍ연이 협업을 통해 연구ㆍ개발(R&D)를 해나간다는 얘기다.

 

아직 20대 중반인 신 대표의 최종적인 꿈은 뭘까.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등의 대답을 예상했는데,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우주라는 공간이 ‘아무렇지도 않은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비행기 타는 것을 즐거워하는데, 로켓은 훨씬 재밌을 거거든요. 페리지가 할 일은 사람들에게 우주가 친숙한 곳이라는 걸 보여주고, 우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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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엔 마련하기 힘든 민간 우주발사장 현실

신 대표는 인터뷰 내내 긍정과 도전의 에너지를 뿜어댔다. 하지만 가끔 괜히 우주산업 기반이 부족한 한국으로 돌아와 어려움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발사장이다. 상업로켓 개발에 발사장은 필수시설인데, 한국엔 아직 고도 100㎞ 밖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규모의 민간 우주로켓 발사장이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에서 2024년까지 고흥 나로우주센터 옆 해안 청석금에 민간 발사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게 그나마 위안이지만, 그때까지 계획을 미룰 순 없는 노릇이다. 연소시험장 등 관련 시설에 대한 인허가 문제도 까다롭기 그지없다. 캐나다라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될 사안이었다. 올해 첫 국내 발사계획은 어렵게나마 모처에 임시시설을 만들어 진행할 예정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학부생이 창업에 나서서 국내 유일의 메탄 기반 액체우주로켓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며 “이런 도전적인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나고 커갈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창업 문화를 조성해 주는 것이 정부와 대학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권유진 기자 joonh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중3때 10㎞ 성공" 연내 민간 우주로켓 1호 쏜다는 24세 CEO https://news.joins.com/article/24095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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