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시아, 유기농 생리대의 화학물질을 없애는 도전- 김효이, 박지혜, 이승민, 고은비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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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9-14

이 기사는 9일 뉴스레터 스타트업 독자들에게 발송된 기사입니다.


[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는 현업 투자자가 스타트업의 투자하기로 결심한 스토리를 들려주는 코너입니다.  ‘화학물질이 없는 생리대’에 도전하는 이너시아 투자 스토리입니다.


창업가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자신이 푸는 문제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이렇게나 멋진 문제를 내가 풀고 있다고? 이 문제를 푸는데 평생을 바칠거야. 많은 창업자는 이렇게 외친다.  스스로 찾은 문제를 다른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보더라도 묵묵히 끝까지 풀어내는 것이 창업가 정신이라고 믿는다. 그럴까? 진정한 창업가 정신은 직관적으로 떠올린 문제에 집중할 때가 아닌, 정말 훌륭한 문제를 체계적인 방법으로 찾아낼때 시작한다. 우린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문제들을 풀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문제 가치보다는 문제를  빨리, 잘 푸는데만 집중하기 쉽상이다. 하지만 성공한 스타트업은 더 많은 고객들이 더 큰 고통을 느끼는 지점을 찾아내면서 빠르게 성장한다. 훌륭한 문제 찾기가 중요하지만 쉽지도 않다.  머리를 싸매고 책상머리에 앉아선 찾아지지 않는다.


예비 창업가들을 만날 때 나는 정말 내 직업이 좋다. 세상에 없던 뭔가를 만들려는 그들의 열정에 마주할때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 느낌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초기 창업가들이 모이는 행사에는 웬만하면 참여하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행사는 KAIST에서 주관하는 E*5라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1년에 두 번 있는 E*5는 퓨처플레이가 투자한 더카본스튜디오, 코스모스랩 등 훌륭한 스타트업이 탄생한 산실이기도 하다.


이너시아는 올해 상반기 KAIST E*5에서 만난 팀이다. 만났을 당시 이름은 라드스테이션(RadStation)이었고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박사과정 멤버들이 주축이었다. 동물용 방사선 암 치료기를 만들고 있었다. 반려동물이 암에 걸리면 사람용으로 만들어진 방사선 치료기를 쓰게 되는데 가격도 높고 동물의 몸 크기나 구조에 맞게 설계되어 있지 않아 치료 효과도 비교적 낮아진다. 원자력 및 양자공학을 전공하면서 익힌 기술을 바탕으로, 라드스테이션은 열심히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요, 반려동물 주인들이 연명치료를 하려고 할까요? 비용이 엄청날 텐데…”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200명 이상 인터뷰를 했고 대부분이 연명치료를 하겠다고 답변했어요!” 내 우려 섞인 질문에 라드스테이션팀은 당차게 답했다. 아, 문제가 맞는지 고객과 만나 검증하는 좋은 팀이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지만, 과연 이 결과를 믿고 계속 이 문제를 푸는 게 좋을지 고민도 생겼다.


“스타트업 업계에 이런 말이 있어요. 모든 고객은 거짓말을 한다. 다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그래서… 저는 이런 문제가 진짜 존재하는지 알려면 설문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면 뭘 하면 좋을까요?” “참 어려울 것 같긴 한데요… 예를 들면 암 진단을 할 수 있는 큰 동물병원에 가서, 암 판정을 받은 반려동물 주인들 중 몇 명이나 실제로 연명 치료를 선택하는지 직접 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말은 참 쉽다만, 불쑥 병원으로 찾아서 막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암에 걸렸다는 선고를 들은 주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관찰하는 건 어렵고 고통스런 일이다. 조언을 한 다음 이틀 쯤 지났을까? 갑자기 라드스테이션 팀에게서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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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지혜(COO), 김효이(대표), 이승민(감사), 고은비(CTO). 모두 KAIST 공식 학생홍보대사 카이누리 출신이다.


◇고객은 때론 선한 거짓말을 한다, 그걸 꿰뚫는건 창업팀의 피땀눈물


“멘토님! 저희 피봇하겠습니다!” 아끼던 문제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창업가치고는 너무나도 밝았다. 팀원 전체가 동물병원으로 달려갔고 반려동물 주인들의 결정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연명치료를 선택하지 않았다. 내 의심대로, 어떤 반려동물 주인도 매정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자 이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세명의 팀원이 소처럼 눈망울을 굴렸다. KAIST E*5 프로그램은 중반을 지나 마지막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간 발표에서 라드스테이션은 위 과정을 담담히 피칭했고 “그래서 피봇한다”고 마무리 지은 참이었다.


“우리가 처음에 어떻게 문제를 찾았을까요? 세분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직관적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그 중 제일 말이 되는 걸 고르셨을 거에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문제를 고객 중심으로 최대한 많이 찾고 그 문제들을 우리에게 중요한 조건들을 가지고 스코어링하면 되지 않을까요? 시작부터 이렇게 체계적으로 문제를 찾으면 우리가 훌륭한 문제를 푸는가 하는 고민은 사라지지 않겠어요?” “그러면 문제를 몇개 정도 찾아보면 될까요?” “최소한 100개는 찾아보세요. 때로는 양이 질을 좌우하거든요.”


역시 말은 참 쉽다. 100개의 문제를 찾기 위해서는 그 만큼 많은 고객을 만나야 하고, 고객의 고통을 느끼고 분석해야 한다. 라드스테이션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일주일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100개 문제를 찾으라 하면 대부분은 포기하고 만다.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100개요? 그 이상 꼭 해낼께요.” 일주일 뒤 창업팀은 120개가 넘는 문제 리스트를 만들고 왔다. “스코어를 매겨서 1등을 골라왔는데요, 생리대 문제를 우리가 풀 수 있겠더라고요.” “생리대요?” 의료장비를 만들겠다던 회사가 찾은 문제 치고는 정말 큰 피봇이었다.


“예. 천연 재료로 만들었다고 광고하는 생리대들도 흡수제는 SAP이라는 화학물질을 쓰고 있고요, 이 물질이 여성 건강을 해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요. 천연 재료로 만든 흡수제는 흡수력이 낮아 고객들의 만족도가 떨어지고요.” “어떻게 그 문제를 풀죠?” “에이 저희 원자력 전공이잖아요. 전자빔을 쏘면 천연 재료를 가지고 SAP 뺨치는 흡수력을 가진 천연 흡수제를 만들 수 있어요.”


라드스테이션, 아니 이제 ‘이너시아’가 된 이 회사는 스스로가 가진 기술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더 큰 문제를 풀게 되었다.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팀이기에 타깃 고객들을 잘 이해하는 제품을 만들고 경쟁력도 더 커졌다. 빠른 실행력으로 천연 흡수제를 연구실에서 개발해 흡수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KAIST E*5 마지막 발표때 이너시아는 중간에 큰 피봇에도 우수상을 수상했다. 아마도 심사에 참여한 초기투자사들은 이너시아가 훌륭한 문제를 찾기 위해 흘린 피, 땀, 눈물을 알아봤을 것이다.


막 걸음마를 떼는 이너시아를 떠올리면 걱정보다는 설렌다. 얼마나 큰 회사가 될까. 멋지게 문제를 찾아내고 이렇게 빠르게 문제를 푸는 회사라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담대하게 이겨내지 않을까. 스타트업 창업자분들, 여러분들이 풀고 있는 문제와 사랑에 빠지지 마세요. 그리고 훨씬 더 많은 문제들을 찾아보세요. 아마도, 더 나은 문제가 분명 있을 거에요. 피와 땀과 눈물은, 그것으로 만들어낸 엄청난 양의 결과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 테크로 여성의 삶에서 오는 문제를 푼다. 첫 프로젝트는 유해물질 없는 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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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이 대표 /이너시아 제공


스타트업 : 이너시아

창업연도 : 2021년 7월

서비스 :  내년 상반기 일렉트론빔을 이용한 천연흡수제 생리대 출시 예정

공동창업자 : 김효이(대표, 사진), 고은비, 박지혜


쫌 아는 기자들 제작팀이 김효이 대표와 짧은 인터뷰를 했다. 2021년 7월 설립이니, 문자 그대로 창업 초기 기업이다.


“멘토였던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님한테 ‘우리가 찾은 문제가 거짓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때 숨이 턱 막혔어요. 창업팀은 반려동물 연명치료라는 페인포인트를 찾아내려고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반려동물이 아파서 힘들었던 분들을 만났고 온라인 카페에서 설문도 했고 많은 잠재 고객과 인터뷰도 했어요. 다들 연명치료한다고 답을 주셨죠. 류 대표님한테도 이 정확한 설문조사를 보여주면 당연히 컨펌해주실줄 알았어요.”


“멘토님은 ‘잠재 고객을 만났다고 착각한거다. 실제로 애견이 말기암이란 통지를 받은 고객에게 물어봐야한다. 그런걸 진짜 블러드앤스윗(피와 땀)이라고 한다’고 했죠. 창업팀 각자가 동물 병원에서 죽치고 있다가, 그런 분이 계시면 따라가서 물어봤어요. 쉽진 않았죠. 어렵게 얻은 답변은 ‘연명 치료할지 조금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연명치료가)우리 애기를 더 괴롭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라는 답이거나 가끔은 솔직하게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 못할 것 같다’는 거예요. 거의 전부가 결국 연명치료를 안 한다는 쪽이었어요.”


“피벗한 게 화학물질 없는 생리대인데요, 이건 페인포인트가 확실해요. 2017년에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이 있었을때 30% 가량의 고객이 유기농 생리대 시장으로 옮겨갔거든요. 근데 문제는 그 유기농 생리대도 화학물질을 그대로 쓴다는 거예요. 커버만 유기농을 쓰는거죠. 천연 재료를 가져다가 생리대를 만들지만, 그 천연재료의 액체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화학물질을 써요. 결국 화학물질(SAP)은 그래로인거죠.”


“창업팀은 3명인데요, 같은 과예요.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예요. 셋다 여자이구요, 카이누리(카이스트 홍보대사 동아리)입니다. 우린 천연물질에다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고, 전자빔을 활용해서 흡수력을 높이는 기술을 만들었어요. 급한대로 특허는 가출원했어요.”


“가격이 문제죠. 현재 양산 테스트 중인데요. 프리미엄 생리대의 가격과 동일하거나 살짝 낮은 가격이 가능할 것 같아요. 더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문제는 화학물질은 대량 생산하면 할수록 점점 원가가 떨어지는 구조인데, 우린 화학물질이 아니니 어려움은 있죠.”


“창업할때 고충요? 모든일이 그렇지만 처음 하는 거니까, 이걸 해도 될지 고민만 하는거죠. 직접 실행해보고 시정하는게 스타트업인데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는거요. 앞으로 못 나가구요. 카이스트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결단을 도와주는 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님은 ‘결단과 선택의 순간’때 냉철하게 도움을 주셨죠.”


출처 :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smb-venture/2021/09/10/C4POKLVC7VHGVB5N3E5HQXYL3Q/?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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