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속 동문소식
- 총동문회 관리자
-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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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첫 레고 공인작가 김성완 씨
엘리트였지만 목표 없이 방황
그 시절 마음 달랜 취미가 레고
전업 후 전 세계 21명 반열 올라
6명이 7개월 꼬박 매달려
상암월드컵경기장 모형 제작
사진 설명한국 최초 레고 공인 작가인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가 본인의 레고 창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레고는 '키덜트(키즈+어덜트)' 문화를 상징하는 완구다. 최근에는 해리포터나 마블 시리즈 등 캐릭터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제품군이 출시되면서 여성 소비자가 늘어나는 등 구매층이 넓어지는 추세다. 이들은 설명서대로 제품을 만드는 수준에서 시작해 숙련도가 쌓이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레고 세계관'을 구현하고 그 결과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에 공유한다.
한국 최초의 레고 공인 작가(LCP·LEGO Certified Professional)인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는 이 같은 문화의 선구자다. 레고 공인 작가는 덴마크 레고 본사에서 인정한 레고 창작 활동가로, 현재 전 세계에서 21명이 자격을 인정받았다. 이 중 한국인은 김 대표를 비롯해 2명뿐이다. 그는 레고 제품을 구매하며 겪은 경험과 정보를 공유할 목적에서 2000년 '브릭인사이드'를 만들었다. 이곳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제품 리뷰와 창작품을 볼 수 있는 레고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다.
김 대표는 레고가 자신의 인생에서 갖는 의미를 묻는 질문에 "삶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로 시작해 제2의 인생을 열어준 발판"이라고 답했다. 그는 1999년 KAIST(카이스트)에서 전산학과 석사 학위를 받고 2004년 같은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등 전도유망한 공학도였다. 2004년부터 만 2년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삶에서 뚜렷한 목표를 찾을 수 없었던 그는 꽤 오랜 기간 방황했다.
김 대표는 "진로에 대한 고민은 박사과정 2년 차 때부터 시작했다"며 "공부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하면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특히 박사 학위 논문을 쓰지 못하고 중단한 경험은 열패감과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남겼다"고 입을 열었다. 그때 김씨가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몰입한 것이 레고였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으나 곧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타트업을 비롯해 이런저런 진로를 모색하는 와중에 레고코리아 등 여러 기관에서 창작 의뢰가 들어왔다. 그때 처음 '레고를 직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2008년 레고 블록을 이용한 전시모형 제작회사 하비앤토이를 설립했다. 2013년에는 레고 창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하는 '브릭코리아'를 출범하고 지난해까지 매년 대회를 개최했다. 레고 공인 작가에 처음 지원한 것은 2013년이었지만 고배를 마셨고 2017년 마침내 공식 인증 획득에 성공했다.
공인 작가가 레고 본사와 직접 고용 계약을 맺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가장 큰 혜택은 부품을 안정적으로 구하는 특권을 받아 블록이 없어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부품 원가가 낮아져 더 싼 가격에 의뢰인에게 주문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포트폴리오에서 최근 작품일수록 규모가 커진 것도 그런 영향이라고 한다.
그의 대표작은 부품 20만개를 사용해 가로·세로 5m×4m 규모로 만든 상암월드컵경기장(2019년)이다. 팀원 6명이 약 7개월에 걸쳐 제작했다. 2020년에는 삼성전자에서 당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이었던 평택1라인의 축소 모형을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가 제작한 모형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라인의 안정성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드는 데 활용됐다.
김 대표는 레고를 통해 실패를 극복하는 힘을 키웠다고 밝혔다. 그는 "상암월드컵경기장 모형에 LED 조명 등을 넣으면서 대학 때 공부했던 지식을 활용했다"며 "보통 삶에서 실패를 경험하면 그 시간이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모교인 카이스트에서 강연을 하게 될 것 같은데 후배들에게 이런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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