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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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과
[연구]면역분자 STING, 세포 스트레스 반응 조절자
< 생명과학과 강석조 교수, 엄은총 박사 > 세포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이를 견디기 위해 일시적으로 단백질과 RNA를 모아 ‘스트레스 과립(stress granule)’을 형성한다. 이 구조는 세포가 위기 상황을 넘기는 데 도움을 주며 세포 사멸을 억제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조절될 경우 신경퇴행성 질환의 병변과도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스트레스 과립이 세포 내 소기관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형성되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강석조 교수 연구팀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입을 알리는 ‘면역 파수꾼’으로 잘 알려진 STING(stimulator of interferon genes, 이하 STING) 단백질이 세포 내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에서 스트레스 과립 형성을 미리 준비시키는 새로운 조절자라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STING이 기존에 알려진 면역 기능과는 완전히 다른 ‘비정형적(non-canonical)’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매우 크다.연구팀은 세포가 실제 스트레스를 받기 전부터 STING이 스트레스 과립의 핵심 성분인 G3BP1, UBAP2L 단백질과 결합해 소포체 위에서 일종의 ‘전응집체(pre-condensate)’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전응집체는 나중에 닥칠 위기 상황에서 스트레스 과립이 더 빠르고 탄탄하게 만들어지도록 돕는 일종의 발판 역할을 한다. 실제로 STING이 부족한 세포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호소인 과립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세포 사멸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전 연구에서는 세포질에 존재하는 스트레스 과립 형성을 조절하는 소포체 내 분자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에서 소포체에 위치한 STING이 스트레스 과립 형성의 스캐폴드(scaffold)로 작용함을 증명하여, 스트레스 과립의 소포체 위에서의 생성에 대한 분자적 기전을 규명했다.< 연구를 통해 밝힌 STING의 새로운 비정형 기능과 기전 > 이 발견은 일명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치료에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루게릭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ALS 환자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 TDP-43 단백질이 세포질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뭉쳐 세포독성을 일으키는 것인데, 이번 연구를 통해 STING이 이 단백질의 병리적인 응집에 기여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즉, STING은 세포의 조건에 따라 세포를 살리는 방어 기전뿐만 아니라 신경 퇴행성 질환을 악화시키는 통로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강석조 교수는 “본 연구는 STING의 면역 단백질로서의 기능을 넘어 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세포생물학적 기능을 새롭게 밝히고, 막성 소기관인 소포체와 막이 없는 응축체인 스트레스 과립 사이의 연결 원리를 분자적 수준에서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중요성을 갖는다”라고 언급하면서 “본 연구는 또한 세포 사멸과 ALS 관련 병리 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비정상적 스트레스 과립 조립이 관여하는 질환의 치료 표적 발굴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연구내용 모식도 (AI 생성이미지) > KAIST 생명과학과 엄은총 박사가 제 1저자로 연구를 주도하였고, 생명과학과 김재훈 교수와 김지현 박사 (現 오름테라퓨틱)가 함께 참여하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포사멸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셀 데쓰 앤 디퍼런시에이션(Cell Death and Differentiation)’에 4월 1일 자 온라인판으로 게재되었다.※ 논문명 : STING is the scaffold protein for stress granule pre-condensation at the ER, DOI: https://doi.org/10.1038/s41418-026-01734-5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KAIST총동문회
-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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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과
[연구]재생의료 패러다임 바꿀 3차원 줄기세포 배양 기술 제시
< (왼쪽부터) KAIST 서창진 박사, 전상용 교수 > 줄기세포를 많이 넣어도 몸속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줄기세포는 몸의 다양한 조직으로 자라거나 손상된 부위를 회복시키는 데 활용되는 세포로, 우리 대학 연구진이 세포 주변 환경을 정밀하게 설계한 3차원 배양 기술을 개발해 이 줄기세포의 생존력과 치료 효과를 동시에 크게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줄기세포 치료의 한계를 넘어, 재생의료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새로운 배양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세포가 실제 몸속처럼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인공 바닥(배양 기판)’에 고분자 매트릭스(배양 기판 표면을 코팅하는 인공 구조체)를 적용하고, 그 위에서 인간 지방유래 줄기세포(hADSCs, 지방 조직에서 얻는 줄기세포)를 입체적으로 배양하는 3차원 플랫폼을 구현했다. 그 결과, 기존보다 세포의 기능과 치료 효과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인간 지방유래 줄기세포는 채취가 쉽고 잘 증식하며 면역 거부 반응이 적어 치료용 세포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기존 2차원(2D, 평면) 배양 방식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가 늙고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세포를 덩어리 형태로 키우는 3차원(3D, 입체) 배양 기술이 연구돼 왔지만, 세포가 몸속에서 오래 살아남거나 기능을 유지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록산(실리콘과 산소로 이루어진 생체친화적 고분자 물질)이 촘촘히 가교화된(그물처럼 단단히 연결된 구조) 합성 고분자 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폴리-지(poly-Z)’로 명명했다.이 물질은 배양 기판 표면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바꾸어서 세포 배양 배지(세포를 키우는 영양 용액)에 함유되어 있는 알부민 단백질의 흡착을 촉진하고, 그 결과로 세포들이 바닥에 부착되지 않고 자기조립을 통해 3차원의 스페로이드(세포 덩어리) 구조체를 형성하도록 한다.폴리-지를 활용한 3차원 배양 환경에서 형성된 줄기세포 스페로이드는 세포외기질(세포 주변을 둘러싸며 지지하는 구조물)의 생성이 증가되어 실제 몸속과 유사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기존 방식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실험 결과, 폴리-지 기반 3차원 배양 줄기세포는 다른 세포로 변할 수 있는 분화능력(필요한 조직으로 바뀌는 능력)과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능력이 향상됐으며, 체내에서 살아남는 시간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성 고분자 매트릭스, poly-Z 상 인간 지방유래 줄기세포 스페로이드 형성 모식도 > 특히 급성 대장염과 급성 간손상 동물 모델에서도 기존 방식보다 더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는 같은 양의 줄기세포를 투여하더라도 더 오래 살아남고 더 활발하게 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단순히 세포를 덩어리로 만드는 것을 넘어, 세포 주변의 미세환경(세포가 실제 몸속에서 접하는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풍부하게 조성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즉, 세포를 단순히 모아놓는 것이 아니라, 몸속과 비슷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이 과정에서 인테그린(integrin, 세포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단백질)과 FAK 신호전달(세포가 외부 신호를 받아 내부 반응으로 바꾸는 과정)이 활성화되면서 줄기세포의 기능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포가 주변 환경을 더 잘 감지하고 활발하게 반응하면서 스스로의 기능을 더 잘 발휘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 결과, 체내 이식 후 세포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치료 효과도 함께 향상됐다.전상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합성 고분자 기반의 정밀한 3차원 배양 환경을 통해 줄기세포의 기능과 치료 효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염증성 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차세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KAIST 이노코어(InnoCORE) AI-혁신신약연구단 서창진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mpact Factor: 14.1)' 3월 31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Polymer Matrix-Based 3D Culture Significantly Enhances the Differentiation and Immunomodulatory Functions of Human Adipose-Derived Stem Cells※ https://doi.org/10.1002/advs.202518704.한편 이번 연구는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 사업단의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KAIST InnoCORE 프로그램,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사업(종양/염증 미세환경 표적 및 감응형 정밀 바이오-나노메디신 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KAIST총동문회
-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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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인지과학과
[연구]AI도 ‘모른다’고 말한다... 과신 줄이고 신뢰성 높여
< KAIST 백세범 석좌교수, (상단)KAIST 천정환 석사 > “AI도 스스로‘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자율주행과 의료 진단 등에서 인공지능(AI)의 가장 큰 위험으로 지적돼 온‘과도한 확신(overconfidence·틀린 예측에 대하여 높은 확신을 보이는 현상)’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AI가 스스로 모르는 상황을 인식하도록 하는 학습 방법을 개발해, 과신을 줄이고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우리 대학은 뇌인지과학과 백세범 석좌교수 연구팀이 딥러닝(deep learning·인공신경망을 활용해 데이터를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술)에서 널리 사용돼 온 무작위 가중치 초기화(random initialization·신경망 학습 시작 시 가중치를 확률 분포에 따라 무작위로 설정하는 방식)가 인공지능의 과신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데이터를 학습하기 전, 무작위 노이즈(random noise·의미 없는 임의의 입력 데이터)로 신경망을 짧게 학습시키는 ‘예열(warm-up)’ 전략을 제안했다.연구팀은 AI의 과신 문제가 학습 이후만이 아니라, 학습의 출발점인 초기화 단계에서부터 이미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공지능 모델이 예열학습을 통해 신뢰도 보정을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AI 생성 이미지) > 실제로 무작위로 초기화된 신경망에 임의의 데이터를 입력한 결과, 아직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확신도를 보이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러한 특성은 생성형 AI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만들어내는 환각(hallucination·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현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연구팀은 해결의 실마리를 생물학적 두뇌에서 찾았다. 인간의 두뇌는 태어나기 전부터 외부 자극 없이도 ‘자발적 신경 활동(spontaneous neural activity·외부 입력 없이 스스로 발생하는 뇌 신호)’을 통해 신경회로를 형성한다.연구팀은 이 개념을 인공신경망에 적용해, 실제 학습에 앞서 무작위 노이즈 입력으로 짧은 사전 학습을 수행하는‘예열 단계’를 도입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의 불확실성을 먼저 조정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예열 과정을 거친 AI 모델은 초기 확신도가 우연 수준에 가까운 낮은 값으로 정렬되며, 기존 초기화에서 나타나던 과신 편향이 크게 완화됐다.즉, 실제 데이터를 배우기 전에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는 상태를 먼저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모델의 정확도(예측이 맞는 비율)와 확신도(모델이 스스로 맞다고 믿는 정도)가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인공신경망 모델에서 응답에 대한 정확도와 확신도를 비교하는 신뢰성 테스트 > 특히 처음 보는 데이터에 대한 반응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기존 모델은 학습하지 않은 데이터에도 높은 확신을 보이며 잘못된 답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예열 학습을 적용한 모델은 확신도를 낮춰‘모른다’고 판단하는 능력이 뚜렷하게 향상됐다.이를 통해 학습 데이터와 다른 분포를 가진 데이터를 구별하는 분포 밖 데이터 탐지(out-of-distribution detection·훈련에 사용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를 구분하는 기술)에서도 높은 성능을 보였다.< 두뇌의 발달 과정을 모사한 무작위 노이즈 예열 학습 > 이번 연구는 AI가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수준을 넘어, ‘무엇을 아는가’와 ‘무엇을 모르는가’를 구분하는 능력, 즉 메타 인지(meta-cognition·자신의 인지 상태를 스스로 인식하는 능력)를 갖출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백세범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뇌 발달 과정을 모사함으로써 AI가 인간과 좀 더 유사하게 자신의 지식 상태를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정확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이 스스로의 불확실성을 판단하는 원리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기술은 자율주행, 의료 AI, 생성형 AI 등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물론, 거의 모든 딥러닝 모델의 초기화 방식에 적용될 수 있어 AI 전반의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KAIST 천정환 뇌인지과학과 석사(現 육군 일병)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2026년 4월 9일자로 온라인 게재됐으며,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선정되어 ‘뉴스 앤 뷰스(News & Views)’에도 소개되었다.※ 논문명: Brain-inspired warm-up training with random noise for uncertainty calibration, DOI: 10.1038/s42256-026-01215-x※ 뉴스 앤 뷰스 소개: Learning to be uncertain before learning from data, DOI: 10.1038/s42256-026-01205-z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과 KAIST 싱귤래러티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KAIST총동문회
-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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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및뇌공학과
[연구]유전자 가위 ‘속도’ 조절로 여러 바이러스·변이 동시 식별
< KAIST 손성민 교수. (왼쪽 상단부터) UC Berkeley 다니엘 플래쳐(Dan Fletcher) 교수, Gladstone Institutes 멜라니 오트(Melanie Ott) 교수 > 감염병 확산이 빨라질수록, 여러 바이러스를 한 번에 정확히 구별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대학과 국제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의 ‘속도’를 설계해 다양한 바이러스와 변이를 동시에 판별하는 새로운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복잡한 검사 과정을 줄이면서도 다양한 감염병을 동시에 판별할 수 있어, 신종 감염병 대응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우리 대학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손성민 교수 연구팀이 미국 UC 버클리(UC Berkeley), 글래드스톤 연구소(Gladstone Institutes) 연구진과 손잡고, 유전자 가위의 반응 속도를 활용해 여러 바이러스와 변이를 동시에 구별할 수 있는 새로운 리보핵산(이하 RNA)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연구팀이 활용한 무기는 Cas13이라 불리는 유전자 가위 단백질이다.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를 찾아 잘라내는 단백질로, 목표를 인식하면 활성화되는 특징을 가진다. Cas13은 특히 RNA를 표적으로 하며, 목표 RNA를 찾으면 주변 RNA를 자르면서 형광 신호를 발생시킨다.기존 기술은 여러 바이러스를 동시에 검출하기 위해 서로 다른 유전자 가위나 다양한 색의 형광 물질을 사용해야 해 구조가 복잡하고 실제 현장 적용이 어려웠다.연구팀은 여기서 발상을 전환했다. 유전자 가위가 목표물과 결합할 때,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가위질’을 하는 속도가 제각각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아주 작은 물방울(droplet) 안에서 단일 분자 단위로 관찰한 결과, 가이드 RNA와 표적 RNA의 조합에 따라 고유한 반응 속도 패턴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이드 RNA는 유전자 가위가 어떤 목표를 찾을지 안내하는 ‘위치 정보’ 역할을 하는 RNA 분자다.< 크리스퍼 Cas13 효소의 반응 속도를 이용한 키네틱 바코딩 개념도. 오른쪽 점선 영역은 반응 속도 조절을 위해 변형된 가이드 RNA 영역을 나타냄 >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반응 속도 차이를 ‘바코드’처럼 활용하는 ‘키네틱 바코딩(kinetic barcoding)’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반응 속도를 일종의 신호 패턴으로 읽어 서로 다른 바이러스를 구별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통해 단 하나의 유전자 가위만으로도 여러 바이러스와 변이를 동시에 구별할 수 있게 됐다.< 미세 액적 기반 키네틱 바코딩을 이용한 다중 바이러스 검출 > 또한 가이드 RNA 설계를 조정하면 유전자 가위질 속도를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바이러스를 동시에 판별할 수 있는 확장성도 확보했다.검사 과정 역시 크게 단순화됐다. 기존 방식에서는 RNA 바이러스를 검출하기 위해 DNA로 변환하는 ‘역전사(reverse transcription)’ 과정이 필요했지만, 이번 기술은 RNA를 그대로 직접 검출할 수 있다. 역전사는 RNA를 DNA로 바꾸는 과정으로, 검사 시간을 늘리고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단계다.실제 임상 샘플을 테스트한 결과,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와 SARS-CoV-2 변이를 한 번의 반응만으로 정확하게 구분해내는 데 성공했다.손성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바이러스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는 것을 넘어, 유전자 가위의 반응 속도라는 새로운 정보를 진단에 활용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감염병을 현장에서 한 번에 진단하는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번 연구는 KAIST 손성민 교수가 제1 저자 및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바이오공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2026년 3월 31일 게재됐다.※ 논문명 : Programmable kinetic barcoding for multiplexed RNA detection with Cas13a, DOI: 10.1038/s41551-026-01642-6한편, 이번 연구는 KAIST의 신임교수 정착연구비의 지원과 미국 국립보건원(NIH/NIAID)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KAIST총동문회
-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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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화학공학과
[연구]배터리 기술로 공기 중 탄소 제거...‘지구 청소’ 기술 세계서 인정
< (좌상단부터) 고동연 교수, 강주연 석사과정, 김준성 석박통합과정, 박인환 박사과정, 박인준 박사과정, 카롤리네 헤비쉬 박사, 김시은 박사과정, 이민형 박사과정 >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빨아들이는 ‘공기 청소 기술’이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 방식에서 착안한 고효율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pture, DAC)’기술로, 세계 최고 권위의 탄소 제거 대회에서 최종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기술은 높은 비용과 낮은 효율이라는 한계를 넘어, 탄소 제거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이 탄소 제거 기술 확산을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 오픈에어(OpenAir)가 주최하는 ‘2026 탄소 제거 챌린지(Carbon Removal Challenge)’에서 전 세계 상위 4개 팀에 선정됐다고 24일 밝혔다.이 대회는 차세대 탄소 제거 기술의 실용성과 확장성을 평가하는 세계적인 경연으로,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실제 공정에 적용 가능한지와 대규모 확산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올해는 전 세계 30여 개 대학에서 40여 개 팀이 참가했으며, KAIST를 포함해 단 4개 팀(KAIST, 미시간대학교, 러트거스대학교(Rutgers), 코넬-프린스턴-컬럼비아 연합팀)만이 최종 선정됐다.직접공기포집 기술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혁신적 방법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낮은 효율과 높은 비용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제조 방식에서 해답을 찾았다.연구팀은 배터리 전극 제조에 사용되는 ‘건식 공정(Dry process)’을 DAC 기술에 적용했다. 즉, 액체를 쓰지 않고 분말을 그대로 눌러 단단한 필름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탄소를 흡수하는 물질을 빈틈없이 촘촘하게 채울 수 있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한 번에 붙잡을 수 있게 해준다.이를 통해 탄소 흡착 소재의 함량을 최대 97 wt%*까지 끌어올리며, 기존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는 스펀지를 더 촘촘하게 만들어 더 많은 물을 흡수하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전기차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지구를 청소하는 기술로 변신한 셈이다.*wt%(Weight percent): 전체 무게 중 특정 성분이 차지하는 비율< 무용매 건식 공정을 통한 필름형 흡착제 제작 과정 > < 전기 저항 가열 흡·탈착 공정 및 온도 변화 능력 > 포집된 탄소를 다시 분리해내는 재생 과정에서도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연구팀은 ‘전기 저항 가열(Joule heating)’ 방식을 도입해 전기를 흘려 내부에서 즉시 열을 발생시키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는 전기를 넣으면 바로 뜨거워지는 토스터기처럼, 내부에서 빠르게 열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단 1분 만에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방출하고 재사용이 가능해졌으며, 전기차 냉각 시스템을 접목해 열을 식히는 시간까지 약 60% 단축했다. 그 결과 전체 공정 속도와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수냉 공정 모듈 디자인 및 냉각 속도 능력 > 고동연 교수는 “이번 성과는 탄소포집 기술의 혁신성과 실제 적용 가능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결과”라며 “향후 글로벌 협력을 통해 기술 상용화와 확산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연구팀은 오는 5월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글로벌 컨퍼런스 ‘2026 카본 언바운드(Carbon Unbound 2026)’에 초청돼 수상을 진행하고, 전 세계 전문가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이번 연구는 KAIST 박인준 박사과정생이 주도했으며, 김시은, 김준성, 박인환, 이민형, 강주연 학생과 카롤리네 헤비쉬(Karoline L. Hebisch), 천무진 박사가 참여했다.한편, 본 연구는 Saudi Aramco-KAIST 이산화탄소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KAIST총동문회
-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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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과
[연구]백혈병 항암제 ‘두 얼굴의 단백질’ 규명..내성 극복 실마리
< (왼쪽부터)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 UNIST 김홍태 교수, KAIST 임정훈 교수, KAIST 박주민 박사 > 항암제가 암세포를 죽이는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한국연구진은 표적항암제가 단순히 암 단백질을 막는 것이 아니라, 세포 내부의 ‘단백질 공장’을 멈춰 세우고 스스로 죽게 만든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 ‘자멸 과정’을 더 강하게 유도하면 약이 잘 듣지 않던 암세포도 다시 죽일 수 있어,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두 얼굴의 단백질’이 약물 내성 환자 치료의 돌파구로 주목된다.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임정훈 교수,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원장 송현)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 UNIST(총장 박종래) 김홍태 교수 공동연구팀이 만성골수성백혈병 항암제의 반응을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만성골수성백혈병은 조혈모세포에 유전적 이상이 생겨 ‘BCR::ABL1’이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지면서 발생한다. 이 단백질은 세포에 지속적인 성장 신호를 보내 암세포를 계속 증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억제하는 표적항암제가 현재 표준 치료로 사용되고 있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약물 내성이 발생하거나 치료 반응이 낮은 한계가 있었다.연구팀은 항암제가 세포 내 단백질 생산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그 결과, 항암제가 투입되면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Ribosome)의 흐름이 꼬이면서 서로 부딪히는 ‘리보솜 충돌’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세포 내부에 강한 스트레스가 유발되고, 결국 암세포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특히, 연구팀은 리보솜 충돌을 감지하는 핵심 센서로 ZAK 단백질을 지목했고 ZAK 단백질이 상황에 따라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AKT 신호*와 결합해 암세포가 잘 자라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지만, 표적 항암제 치료가 시작되면 리보솜 충돌을 감시해 암세포 사멸을 이끄는 감시자로 돌변한다. 똑같은 단백질이 암의 진행 과정과 치료 과정에서 정반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다.*세포의 생존, 성장, 증식, 대사 및 이동을 조절하는 핵심 세포 내 신호 전달 경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코호트에서 질환 단계와 ZAK 발현의 임상적 연관성 > 연구팀은 실제 백혈병 환자 유래 암세포를 분석해 이 기전을 검증했다. 리보솜 충돌을 증가시키는 약물을 함께 사용할 경우 항암 효과가 크게 향상됐으며, 반대로 ZAK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항암제 반응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항암제(TKI)가 유도하는 리보솜 충돌과 ZAK 의존적 암세포 사멸 기전 > 즉 이번 연구에 따르면 내성환자들은 ZAK 기능 저하 또는 리보솜 스트레스 반응 부족으로 예측된다. 이는 환자별 ZAK 활성 상태를 기반으로 치료 반응을 예측하고, 맞춤형 병용 치료 전략을 설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이번 연구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서 리보솜 스트레스 신호 경로의 중요성을 제시한 성과로, 향후 표적항암제의 효과를 높이고 새로운 병용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약물 내성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연구이미지(AI 생성이미지) > 임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가 비정상적인 단백질 합성을 감지하고 이를 죽음의 신호로 전환하는 과정이 치료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1 저자인 박주민 박사는 “리보솜 충돌이 암세포 사멸을 결정하는 핵심 스위치임을 확인한 만큼, 다양한 암종으로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KAIST 박주민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혈액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루케미아(Leukemia)’에 3월 30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 BCR::ABL1 tyrosine kinase inhibitors induce ribosome collisions to activate ZAK-dependent ribotoxic stress and apoptosis in chronic myeloid leukemia, DOI: https://doi.org/10.1038/s41375-026-02916-3한편, 이번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KAIST 정착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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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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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및전자공학부
[연구]AI 계산으로 뇌 깊숙한 곳도 ‘선명하게’...고가 장비 한계 넘었다
< KAIST 강익성 교수 > 살아있는 뇌 깊숙한 곳을 선명하게 관찰하려면 고가의 장비가 필수라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물리 기반으로 한 AI 계산 알고리즘을 활용해 추가적인 광학 측정 장비 없이도 흐릿한 이미지를 또렷하게 복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뇌과학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우리 대학은 전기및전자공학부 강익성 교수가 UC 버클리 나지(Na Ji)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신경장 모델(neural fields, 3차원 공간의 구조를 연속적으로 표현해 이미지와 형태를 동시에 복원하는 신경망 기반 기술)을 활용해 생체 내부를 관찰하는 현미경의 이미지 왜곡을 정밀하게 보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연구팀이 활용한 ‘이광자 형광 현미경(two-photon fluorescence microscopy, 두 개의 약한 빛을 동시에 사용해 생체 깊은 곳 특정 지점만 선택적으로 빛나게 하는 기술)’은 살아있는 생체 조직 깊은 곳을 관찰할 수 있는 핵심 장비다. 그러나 빛이 두꺼운 조직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휘고 흩어지면서, 마치 물속에서 물체가 일그러져 보이듯 이미지가 흐릿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광학 수차(optical aberration, 빛이 왜곡돼 초점이 흐려지는 현상)라고 한다.기존에는 이러한 왜곡을 보정하기 위해 파면 센서(wavefront sensor, 빛이 얼마나 휘어졌는지를 측정하는 장치)와 같은 복잡하고 값비싼 하드웨어 장비를 추가해야 했다.< 형광 현미경 왜곡 보정을 위한 프레임워크 > 연구팀은 이와 달리, 이미 촬영된 이미지 데이터만을 이용해 빛이 어떻게 왜곡됐는지를 역으로 계산하고 이를 바로잡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즉, 흐릿한 사진을 보고 원래 모습을 복원하는 것처럼, 추가 장비 없이도 선명한 이미지를 되살리는 방식이다.이번 기술의 핵심은 신경장 모델 기반의 기계학습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은 빛이 이동하며 발생하는 왜곡 과정을 추적해, 생체 조직에 의한 광학 수차뿐 아니라 생체의 미세한 움직임, 현미경의 기계적 오차까지 동시에 보정하는 통합 기술을 구현한다.그 결과, 별도의 광학 측정·보정 장비 없이도 생체 조직 깊은 곳에서 고해상도·고대비 이미지를 안정적으로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특히 이번 연구는 ‘더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더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는 기존 한계를 넘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연구 장비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정밀한 뇌 관찰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렌즈 왜곡와 움직임,장비문제들을 보정하는 프레임워크를 사용한 생체 이미지 비교(AI생성 이미지) > 강익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광학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생체 내부를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향후 현미경이 스스로 최적의 이미지를 찾아내는 지능형 광학 이미징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이번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 최고 권위의 방법론 학술지인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에 4월 13일 게재되었다.※ 논문명: Adaptive optical correction for in vivo two-photon fluorescence microscopy with neural fields, DOI: 10.1038/s41592-026-03053-6※ 주저자: 강익성(KAIST, 공동교신저자 겸 제1저자), 나지 교수(UC Berkeley, 공동교신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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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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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생물학대학원
[연구]2나노 반도체보다 작은 DNA ‘분자 컴퓨터’ 구현...바이오 컴퓨팅 응용 기대
< (왼쪽부터) KAIST 최영재 교수, GIST 김우진 석박통합과정, KAIST 김태훈 연구원, 정상은 연구원, 김시온 연구원, GIST 심준호 석사과정 > 지금까지 분자 수준의 DNA 회로는 암 관련 물질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등 간단한 기능에 활용됐지만, 한 번 반응하면 다시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 머리카락보다 수만 배 작은 DNA로 계산과 기억을 동시에 수행하는 ‘2나노 반도체보다 작은 초미세 분자 컴퓨터’를 구현했다. 향후 질병 진단 등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팅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우리 대학은 공학생물학대학원 최영재 교수 연구팀이 DNA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 트랜지스터(Bio-transistor·신호를 받아 계산을 수행하는 반도체 핵심 소자의 바이오 버전)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계산과 정보 저장을 동시에 수행하는 새로운 분자 회로를 구현했다고 22일 밝혔다.최근 반도체 공정이 2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수준에 도달하면서 초미세화 기술이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기존 실리콘 기반 기술을 넘어, 분자 수준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새로운 컴퓨팅 방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DNA는 특정 염기끼리만 짝을 이루는 성질(상보적 염기 결합, complementary base pairing)을 이용해 원하는 반응만 정확하게 일어나도록 설계할 수 있으며, 염기 간 간격이 0.34나노미터에 불과해 차세대 초고집적 정보 처리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기존 DNA 기반 회로는 반응이 한 번 일어나면 소모되는 ‘일회성’ 특성으로 인해 연속적인 정보 처리나 복잡한 계산에는 한계가 있었다.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입력 신호에 따라 DNA 분자가 서로 결합하거나 분리되면서 배열이 바뀌고, 그 상태가 유지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변화된 분자 상태 자체가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며, 이후 연산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즉, 별도의 초기화 과정 없이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리셋 없는(reset-free·초기화 없이 이전 상태를 유지하는)’ 회로를 구현한 것이다.< DNA 기반 초미세⋅초저전력 연산이 가능한 바이오 메모리 회로 구현 설명도 > 이번 연구는 반도체의 핵심 소자인 트랜지스터(Transistor·전기 신호를 제어하고 증폭하는 소자)의 기능을 DNA 수준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한 화학 반응을 넘어, 분자가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하는 ‘지능형 바이오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최영재 교수는“이번 연구는 DNA를 활용한 ‘분자 컴퓨터’ 구현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라며 “바이오 컴퓨팅과 의료 기술 분야 전반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연구에는 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 임성순 교수, 김태훈 연구원, 정상은 연구원, 김시온 연구원과 GIST 김우진 석박사통합과정생, 심준호 석사과정생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으며, 최영재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 임성순 교수, 김태훈 연구원, 정상은 연구원, 김시온 연구원, GIST 김우진 석박통합과정생, 심준호 석사과정생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으며, 최영재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Science Advances)’에 2026년 4월 1일에 게재됐다.※ 논문명: Reset-free DNA logic circuits for real-time input processing and memory. DOI: 10.1126/sciadv.aeb1699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교육부 지원 기초연구사업과 KAIST Quantum+X 융합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KAIST총동문회
-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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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과
[연구]‘주름 제로’ 폴더블 기술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판도 바꾼다
< 이필승 교수 (중앙), 배준한 석사 졸업생 (좌상) > 폴더블 스마트폰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온 ‘주름’은 화면 왜곡과 반복 사용 시 내구성 저하를 초래하며 시장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이를 해결할 기술을 제시하면서, 폴더블이 차세대 스마트폰의 표준으로 도약할 전환점을 맞았다. 나아가 노트북 등 다양한 기기로 확장되며 미래 모바일 산업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이필승 교수 연구팀이 폴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접힘 부위에서 발생하는 주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특허로 등록했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기술은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에도 특허를 출원하며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글로벌 스마트폰 기업들은 수년간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이 문제 해결을 시도해 왔으나, 주름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주름 문제를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확산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꼽아왔다.연구팀은 모바일 폴더블폰을 직접 사용하며 체감한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중고 폴더블폰 수십 대를 분해하고 다양한 실험을 반복한 끝에, 디스플레이와 지지판 사이의 ‘접착 영역’을 혁신적으로 재설계하는 해법을 도출했다. 변형이 특정 접힘 부위에 집중되지 않고 주변으로 분산되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실제 스마트폰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주름 없는 폴더블’의 실현 가능성을 완벽히 입증했다.연구팀은 성능 검증을 위해 일직선 형태의 LED 조명을 비춘 결과, 접힘 부위에서 빛이 굴절되며 직선이 휘어 보이는 상용 제품과 달리 시제품은 반사된 빛이 흐트러짐 없이 선명한 일직선을 유지했다. 특히 주름 깊이가 0.1mm 수준 이하의 미세한 굴곡까지 감지하는 조건에서도 시각적 왜곡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일직선 형태 LED 전등을 비춘 디스플레이 면 > 이번 기술은 기존 업계가 직면한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주름 형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뿐만 아니라, 수만 회 반복 사용에도 변형을 최소화해 우수한 내구성을 확보했다.또한 구조가 직관적이고 단순해 기존 제조 공정에 쉽게 적용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 노트북 등 다양한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기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산업적 활용성이 기대된다.< 본 발명의 핵심 아이디어. (a) 일반적인 폴더블 스마트폰의 접착 및 비접착 영역, (b) 본 발명에서의 접착 및 비접착 영역, (c) 일반적인 폴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응력분포, (d) 본 기술이 적용된 폴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응력분포 > 업계에서는 해당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주름 문제로 시장 진입을 주저하던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크게 향상시키고, 정체된 폴더블 시장의 성장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이필승 교수는 “세계적 기업들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한 방식으로 해결했다”며 “이번 기술이 스마트폰을 넘어 노트북과 태블릿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반으로 확산되어 한국의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한편, 본 연구는 ‘2022년 대덕특구 이노폴리스 캠퍼스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관련 원천기술 특허는 2025년 9월 9일 등록되었다.
- KAIST총동문회
-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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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연구]자석 진동으로 주파수 ‘순간 점프’…게임해도 발열 줄인다
< (좌측부터) 유무진 박사후연구원, 김갑진 교수, 박민규 연구교수 > 고사양 게임이나 장시간 영상 시청 시 스마트폰이 뜨거워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제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전자 대신 자석의 미세한 진동(스핀파)으로 신호를 처리해 발열과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이면서도, 주파수를 수 GHz 범위에서 순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원리를 최초로 발견했다. 이 기술은 향후 발열이 적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스마트 기기와 초저전력·고속 컴퓨팅 구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우리 대학 물리학과 김갑진 교수 연구팀은 자석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진동인 스핀파(Spin wave)를 활용해, 나노 크기에서 신호의 속도(주파수)를 크게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특히 이 진동은 ‘마그논(Magnon)’이라는 단위로 설명되며, 이번 성과는 기존 전자를 이용한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아주 작은 크기에서도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신호 제어 방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연구팀이 사용한 소재는 머리카락보다 훨씬 얇은 자성 물질을 여러 겹 쌓아 만든 인공 반강자성체(Synthetic Antiferromagnet, SAF)다. 이 구조 안에서는 자석의 미세한 진동(스핀파)이 두 가지 방식(음향(Acoustic) 모드와 광학(Optic) 모드)으로 나타나는데, 연구팀은 특정 조건에서 이 움직임이 서로 갑자기 바뀌는 ‘모드 변환(mode hopping)’ 현상을 최초로 확인했다.이는 기존처럼 신호의 상태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방식과 달리, 특정 순간에 전혀 다른 상태로 바뀌면서 주파수가 함께 급격히 변하는 현상이다. 즉, 복잡한 회로 없이도 스핀파의 상태 변화만으로 신호의 주파수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러한 모드 변환을 통해 주파수를 5GHz 이상 급격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라디오를 듣다가 버튼 하나로 채널을 완전히 바꾸는 것과 같은 효과다.연구팀은 아주 작은 안테나를 이용해 전자기파 신호를 보내 자석 속에 미세한 진동(스핀파)을 만들어냈다. 이후 외부 전력과 자기장의 세기를 조절하자, 이 진동의 속도(주파수)가 일정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툭’ 하고 바뀌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스핀파의 기본 단위인 ‘마그논’이 하나에서 둘로 나뉘거나, 반대로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삼중-마그논 상호작용(three-magnon interaction)’ 과정에서 발생한다.특히 주목할 점은 이런 빠른 주파수 변화가 복잡한 전자 회로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신호의 세기만 조절해도 주파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장치 구조는 더 간단해지고 전력 소모도 크게 줄일 수 있다.또한 이 현상은 ‘켜짐(1)’과 ‘꺼짐(0)’을 구분하는 스위치처럼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방식의 반도체나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다.이번 연구는 자석의 진동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스핀파 기반 정보처리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로, 향후 초저전력 컴퓨팅과 고속 신호 처리, 전자 대신 스핀(자석의 성질)을 활용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스핀트로닉스 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그림 1. (a) 합성 반강자성체(SAF) 구조와 스핀파 전파를 위한 소자 개략도. 마이크로파 안테나(CPW)를 통해 스핀파를 생성 및 검출. (b) 실제 제작된 나노 소자 광학 이미지. 두 안테나 사이에서 스핀파가 전파되며, 주파수 응답을 측정. 안테나와 자기장의 상대적 방향에 따른(c) 광학 마그논, (d) 음향 마그논 생성과 스핀 회전 개략도. > < 그림 2. (a,b) 낮은 전력에서 자기장 증가 및 감소 시 동일한 스펙트럼이 나타나는 선형 응답. (c,d) 높은 전력에서 모드 호핑이 나타나며, 외부 자기장 스윕 방향에 따라 히스테리시스 현상이 관측. (e–h) 전력 증가에 따라 스핀파의 최고점을 추출하여 그린 그래프. 외부 전력에 따른 히스테리시스 폭이 변화하는 정량적 결과. > 김갑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이론으로만 제시되었던 마그논 비선형 동역학, 즉 자석의 진동을 이용한 정보처리 원리를 실제 나노 소자에서 구현하고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 전자 대신 스핀파를 활용하는 새로운 정보처리 패러다임의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연구는 유무진 연구원이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하였으며, 공동 교신저자로 박민규 연구교수가 참여하였다. 해당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3월 12일 게재되었으며 마그논 기반 비선형 동역학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룬 성과로 평가된다.※ 논문명: Mode hopping via nonlinear magnon-magnon coupling in a synthetic antiferromagnet, DOI: 10.1038/s41467-026-70298-2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양자정보과학 인적기반조성사업, KAIST 양자대학원, 선도연구센터(SRC) 및 중점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KAIST총동문회
- 2026-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