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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서울시내 바늘 찾기’ 같은 DNA 초고속 수리 원리 밝혔다​
  • KAIST총동문회
  • 20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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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상단부터) UNIST 생명과학과 이자일교수, KAIST 생명과학과 이광록 교수,성균관대 물리학과 유제중 교수 (왼쪽하단부터)UNIST 김수빈 통합과정, KAIST 이동훈 박사, 성균관대 조경필 통합과정

< (왼쪽상단부터) UNIST 생명과학과 이자일교수, KAIST 생명과학과 이광록 교수,성균관대 물리학과 유제중 교수 (왼쪽하단부터)UNIST 김수빈 통합과정, KAIST 이동훈 박사, 성균관대 조경필 통합과정 >

 

DNA는 우리 몸의 설계도다. 하지만 DNA에는 매일 수만 건의 손상이 발생한다. 특히 유전 정보가 비어버린 ‘무염기 부위(AP site·DNA 정보의 글자 하나가 지워진 손상 부위)’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으면 암과 노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방대한 유전체 속에서 이런 미세한 손상 부위를 찾아내는 일은 마치 ‘서울 시내에서 바늘 한 개를 찾는 것’만큼 어렵다. 국내 연구진이 DNA 복구 효소가 DNA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손상 부위를 초고속으로 탐색하는 비밀을 밝혀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이광록 교수팀이 UNIST(총장 박종래) 이자일 교수팀, 성균관대(총장 유지범) 유제중 교수팀과 함께 DNA 복구 효소 ‘APE1(apurinic/apyrimidinic endonuclease 1·DNA 손상 부위를 인식해 복구를 시작하는 효소)’이 손상된 DNA를 찾아내는 정밀한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단일분자 FRET(smFRET·단일 생체분자의 움직임과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분석 기술)과 DNA curtain(DNA 여러 가닥을 정렬해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는 기술), 분자동역학(MD·컴퓨터로 분자 움직임을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기법)을 결합해 APE1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APE1은 무작위로 DNA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DNA 가닥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손상 부위를 찾는 ‘1차원 확산(1D diffusion·DNA 선을 따라 이동하며 탐색하는 방식)’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대한 도시 아래 미로처럼 얽힌 지하 배관 속을 따라 이동하며 미세한 누수 지점을 찾아내는 지능형 점검 로봇과 비슷하다. 단순히 이곳저곳을 무작정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DNA라는 ‘유전체 고속도로’를 따라 효율적으로 이동하며 손상 부위를 빠르게 찾아내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효소 끝부분의 유연한 구조인 ‘비정형 영역(IDR·일정한 형태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단백질 구간)’이 DNA 탐색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비정형 영역은 갈고리처럼 DNA를 붙잡아 APE1이 DNA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연구팀이 해당 영역을 제거하자 손상 부위를 찾는 능력이 5배 이상 감소했다.

또한 연구진은 마그네슘 이온(Mg²⁺·세포 내 다양한 효소 반응을 돕는 금속 이온)이 단순한 보조 인자를 넘어 DNA 탐색 효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는 점도 확인했다. 마그네슘 이온은 APE1과 DNA의 결합을 안정화해 효소가 DNA 위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이미지(AI 생성 이미지)

< 연구이미지(AI 생성 이미지) >

 

KAIST 이광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체 분자가 비정형 영역(IDR)을 통해 DNA 손상 부위를 빠르게 탐색한 뒤, 정형 영역을 통해 정교하게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라며 “이 원리는 암세포의 DNA 복구 기능을 무력화하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과 노화 억제 연구의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UNIST 이자일 교수는 “특정 구조 없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다양한 분자와 상호작용하는 비정형 영역이 DNA 손상 부위를 찾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이동훈 박사, UNIST 김수빈 박사과정, 성균관대학교 조경필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세계적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 (Nucleic Acids Research)’에 5월 14일 게재됐다.
※ 논문명 : APE1 Coordinates Its Disordered Region and Metal Cofactors to Drive Genome Surveillance, DOI : org/10.1093/nar/gkag479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Grand Challenge 30 Project(KC30), 한국연구재단 합성생물학핵심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지원사업, 기초연구실, 한국신약개발사업단 신약기반확충연구사업, 기초과학연구원(IBS),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인공지능첨단원천유망기술개발사업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