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 KAIST총동문회
- 20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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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KAIST 양한열 연구원과 이해신 교수 >
상처 치료용 드레싱은 더 잘 붙고, 약물 전달 패치는 더 정교해질 수 있을까. 우리 대학 연구진이 식물에서 얻은 천연 성분을 활용해 해조류 기반 하이드로겔(Hydrogel·물을 다량 함유하면서도 형태를 유지하는 젤 소재)의 강도를 5배 이상 높이고 접착성과 분해 속도까지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이해신 교수 연구팀이 차와 과일 등에 풍부한 천연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Polyphenol)의 일종인 탄닌산(Tannic Acid)을 활용해 해조류 유래 하이드로겔의 기계적 강도와 접착성을 높이고 분해 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설계 전략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하이드로겔은 콘택트렌즈, 여드름 패치, 마스크팩, 상처 치료용 드레싱 등에 사용되는 수분 함량이 높은 젤 소재다. 피부에 밀착되면서도 약물이나 유효성분을 머금고 있을 수 있어 약물전달체(약물을 원하는 부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재), 창상피복재(상처를 보호하고 치유를 돕는 의료용 드레싱), 조직공학용 지지체(인공 조직 재생을 돕는 구조체), 화장품 소재 등 다양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하이드로겔 소재 가운데 ‘카파-카라기난(κ-Carrageenan)’에 주목했다. 카파-카라기난은 우뭇가사리 등 붉은 해조류(홍조류)에서 추출한 천연 고분자로, 젤리나 소스의 점도를 높이고 형태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친숙한 식품 소재다.
하지만 카파-카라기난으로 만든 하이드로겔은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카파-카라기난 분자에는 황산기(Sulfate Group)라는 구조가 많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같은 극의 자석끼리 서로 밀어내듯 분자 간 반발력을 만들어 촘촘한 구조 형성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하이드로겔의 강도와 접착성을 높이거나 분해 속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조절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산기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천연 물질을 찾는 데 주목했다. 그 결과 차와 과일 등에 풍부한 천연 폴리페놀인 탄닌산(Tannic Acid)이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폴리페놀은 식물이 자외선이나 병해충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천연 성분으로, 여러 물질과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탄닌산은 여러 개의 결합 부위(갈롤기)를 갖고 있어 카파-카라기난의 황산기와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분자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이 하이드로겔 구조를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 결과, 기존에는 하이드로겔 형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여겨졌던 황산기가 오히려 탄닌산과 결합하는 핵심 부위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기존에는 ‘약점’으로 여겨졌던 구조가 탄닌산을 만나면서 하이드로겔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이다.

< 폴리페놀 상호작용관련 연구이미지 >
실제로 탄닌산을 첨가한 카파-카라기난 하이드로겔의 저장탄성률(Storage Modulus·젤의 단단함과 탄성을 나타내는 지표)은 약 1,632Pa로, 순수 카파-카라기난 하이드로겔(약 294Pa)보다 5배 이상 향상됐다. 이는 하이드로겔이 외부 압력이나 변형에도 더 안정적으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상처 치료용 드레싱이나 약물전달 패치의 내구성과 사용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팀은 탄닌산이 첨가되는 시점과 관계없이 이미 형성된 하이드로겔의 내부 그물망 구조(겔 네트워크)까지 안정적으로 강화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탄닌산이 여러 지점에서 분자들을 연결해 하이드로겔의 내부 구조를 지속적으로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연구팀은 빠른 분해성과 강한 접착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탄닌산이 첨가된 하이드로겔은 인체의 위·장 환경을 모사한 실험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분해되면서도 피부와 거친 표면에는 강하게 부착됐다. 이는 상처 치료용 드레싱이 사용 중에는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역할을 마친 뒤에는 자연스럽게 분해될 수 있고, 약물전달 패치가 원하는 시간 동안 약물을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복잡한 화학 합성 과정 없이 식품 등급의 천연 성분만으로 하이드로겔의 강도, 접착성, 분해 속도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식품·기능성 식품용 캡슐 및 코팅 소재, 피부 밀착형 화장품 및 스킨케어 제품, 창상피복재, 약물전달 패치, 조직공학용 지지체 등 다양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연구이미지(AI생성이미지) >
이해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연 유래 소재만으로도 하이드로겔의 기계적 강도와 접착성, 분해 거동을 함께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식품, 화장품, 바이오소재 분야에서 보다 안전하고 단순한 방식의 천연 고분자 겔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과 양한열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생체모사 분야 국제학술지 ‘Biomimetics(바이오미메틱스)’에 4월 21일 게재됐다.
※ 논문명: Adhesive κ-Carrageenan Hydrogels by Polyphenol Intervention, DOI: 10.3390/biomimetics11040290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교원창업기업인 폴리페놀 팩토리㈜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