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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수소만 ‘쏙’ 골라내는 원자 크기 그물망 설계…청정수소 정제 새 길 열어​
  • KAIST총동문회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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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홍주 박사, 배태현 교수, 최수현 박사과정

< (왼쪽부터) 이홍주 박사, 배태현 교수, 최수현 박사과정 >

 

여러 기체가 뒤섞인 혼합가스에서 수소만 쏙 골라낼 수 있는 ‘원자 크기 그물망’​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고분자 안에 작은 수소 분자만 선택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 초미세 통로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데 성공해, 향후 수소를 보다 효율적으로 분리·정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배태현 교수 연구팀이 고분자 분리막 내부에 원자나 분자 크기인 옹스트롬(Å) 수준의 초미세 수소 이동통로​를 만들고, 이 통로가 얼마나 완전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네트워크 완결성(Network Completeness)’을 통해 수소 분리 성능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1Å은 100억 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0만 분의 1 수준이다.

수소는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 질소 등 다른 기체와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아 수소만 높은 순도로 골라내는 분리·정제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수소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분리막’이다. 분리막은 크기가 다른 모래알을 체로 걸러내듯 작은 수소는 통과시키고, 상대적으로 큰 다른 기체는 걸러내는 ‘아주 촘촘한 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연구개요 [왼쪽] 가교 연결 완성도(BCD) 향상을 통한 고분자 분자체 분리막의 수소 분리 성능 개선 전략 모식도

< 연구개요 [왼쪽] 가교 연결 완성도(BCD) 향상을 통한 고분자 분자체 분리막의 수소 분리 성능 개선 전략 모식도 >

 

그동안 기체 분리에는 분자가 지나가는 미세한 구멍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금속유기골격체(MOF)와 공유결합유기골격체(COF) 같은 다공성 소재가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결함 없이 넓은 면적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고분자 분리막은 얇고 넓게 만들기 쉽고 가공이 편해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유리하지만, 기체가 지나가는 아주 작은 공간을 원하는 크기로 정밀하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정밀한 구멍을 만들 수 있는 소재’와 ‘가공하기 쉬운 고분자’의 장점을 결합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를 위해 고분자 사슬을 서로 이어주는 연결 물질인 ‘가교제’를 이용해 촘촘한 그물망 구조를 만들었다. 고분자를 실이라고 한다면 가교제는 실과 실을 이어주는 매듭과 같다. 이 매듭을 이용해 작은 수소가 지나갈 수 있는 초미세 통로를 고분자 내부에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연결의 ‘개수’보다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로가 아무리 많더라도 중간중간 끊겨 있으면 수소가 제대로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고분자 내부의 연결이 얼마나 완전하게 이뤄졌는지를 나타내는 ‘가교 연결 완성도(Bridge Connectivity Degree, BCD)’​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안했다. 쉽게 말해 기존에는 ‘매듭이 얼마나 많은가’​를 주로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매듭들이 제대로 이어져 하나의 온전한 그물을 만들었는가’​를 평가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분리막(ms-oDMB-DB50)은 가교 연결 완성도가 73%에 달했다. 그 결과 수소가 분리막을 통과하는 성능과 질소가 섞인 기체에서 수소만 골라내는 성능이 원재료(DB50)보다 동시에 크게 향상됐다. 즉, 수소는 잘 통과시키면서 다른 기체는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빠르고 정교한 체’를 구현한 셈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분리막 내부에 3Å 이하의 초미세 공간이 다수 만들어진 것도 확인했다. 이 공간은 상대적으로 큰 기체는 들어가기 어렵고 작은 수소가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작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공간이 실제 존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수소보다도 작은 헬륨 분자를 활용했다. 아주 작은 구멍에 그보다 더 작은 구슬을 넣어보는 것처럼, 헬륨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확인해 초미세 구멍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정성과 내구성도 확인했다. 새로 개발한 분리막은 100시간 동안 연속으로 운전해도 수소 분리 성능이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또한 잡아당기는 힘에 견디는 정도도 기존 최고 성능 수준의 고분자 분리막보다 약 2배 높았다. 수소를 잘 골라내는 성능뿐 아니라 실제 공정에서 필요한 튼튼함까지 갖춘 것이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성능이 뛰어난 수소 분리막을 개발한 데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고분자 내부에 작은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이 공간들을 서로 잘 연결해 수소가 지나갈 수 있는 온전한 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도로가 아무리 많아도 중간중간 끊겨 있으면 목적지까지 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번 연구는 수소가 지나가는 ‘길의 완성도’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리막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분리하려는 기체의 크기와 특성에 맞춰 초미세 통로를 만드는 ‘맞춤형 분리막’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이 기술이 다양한 고분자 분리막으로 확장되면 수소 정제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포집, 천연가스 정제 등 특정 기체만 선택적으로 골라내야 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

연구 이미지 (AI 생성)

< 연구 이미지 (AI 생성) >

 

이홍주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고분자 내부의 작은 통로가 얼마나 완전하게 연결돼 있는지가 수소 분리 성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더 정교한 고성능 분리막을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태현 교수는 “레고 블록을 맞추듯 고분자를 촘촘하게 연결해 수소만 빠져나갈 수 있는 초미세 그물망을 만들었다”며 “향후 수소를 보다 효율적으로 분리·정제하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이홍주 박사(현 KIST 박사후연구원)가 제 1저자로, 최수현 연구원이 제 2저자로 참여했으며 배태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7월 23일 게재됐다.
※ 논문명: Network completeness enables angstrom-scale transport pathways in polymer membranes, DOI: 10.1038/s41467-026-73860-0
※ 저자 정보: 이홍주((전) KAIST, (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1저자), 최수현(KAIST, 제2저자), 배태현(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2025년도 글로벌 C.L.E.A.N 사업과 기초연구사업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출처 : https://researchnews.kaist.ac.kr/researchnews/html/news/?mode=V&mng_no=65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