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 KAIST총동문회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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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측 상단은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김종완 박사(공동 제1저자). 단체사진은 뒷줄 왼쪽부터 이종훈 박사(공저자), 장성훈 박사(공동 제1저자), 코빈 하퍼 박사과정생(공저자), 앞줄은 조광현 교수. >
한번 암세포처럼 비정상적인 상태로 굳어진 세포를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까? 우리 대학 연구진이 세포를 한번 바뀐 상태에 붙잡아 두는 ‘잠금장치’를 찾아냈다. 이 잠금장치를 풀어 세포의 운명을 되돌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 대학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세포 내 분자 네트워크에서 한번 일어난 상태 변화를 되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핵심 회로를 규명하고, 이를 제어해 세포를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원천 제어 기술 ‘루트(ROOT)’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 비가역적 세포 상태천이의 원인을 규명하고 제어하는 루트 프레임워크 >
우리 몸의 세포는 외부 자극에 반응해 성질과 기능을 변화시킨다. 그런데 자극이 사라져도 변화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비가역성(Irreversibility)’이라고 한다.
이를 스위치에 비유하면, 외부 자극이 손을 떼면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일반 스위치와 달리 한번 켜지면 손을 떼도 계속 켜져 있는 것과 같다. 세포 안에서도 처음 변화를 일으킨 자극이 사라졌는데도 특정 분자들이 서로를 계속 활성화하면서 바뀐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비가역성은 세포가 특정 기능을 가진 세포로 분화하는 것처럼 정상적인 생명현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암세포가 주변 조직으로 쉽게 이동하고 침투할 수 있는 성질을 갖게 되는 상피-간엽 전이(EMT)처럼 질병의 진행을 촉진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 루트 기술을 적용하여 조혈모세포 분화의 비가역성 분석 >
문제는 세포 안에 이러한 상태 변화를 유지시키는 회로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어떤 분자가 다른 분자를 활성화하고, 그 분자가 다시 처음 분자를 활성화하는 ‘양성 되먹임 회로(Positive feedback loop)’가 수천 개 이상 존재한다.
이는 마이크 두 개를 서로 가까이 댔을 때 작은 소리가 서로 증폭되면서 계속 커지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외부 자극으로 시작된 변화라도 세포 내부의 분자들이 서로를 계속 활성화하면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변화된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그동안에는 이처럼 수많은 회로 가운데 어떤 회로가 실제로 세포를 ‘돌아올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지 가려내는 것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루트(ROOT, Revelation Of the Original circuit of irreversible Transition)’기술을 개발했다.
루트는 세포 안의 분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컴퓨터 논리 모델로 구현하고, 외부 자극이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전 과정을 모사한다. 이를 통해 수많은 회로 가운데 세포를 변화된 상태에 계속 붙잡아 두는 핵심 회로들의 집합인 ‘비가역성 커널(Irreversibility kernel)’을 찾아낸다.
쉽게 말하면 복잡하게 얽힌 수천 개의 전선 가운데 문을 실제로 잠그고 있는 전선만 골라내는 것과 같다. 연구팀은 세포가 왜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지 그 원인이 되는 일종의 ‘분자적 잠금장치’를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잠금장치를 발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이용해 세포 상태를 되돌리는 두 가지 제어 방법도 제시했다.
첫 번째 ‘리셋 제어(Resetting control)’는 세포의 비가역적인 성질 자체는 그대로 두면서 현재의 세포만 변화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이다. 잠금장치는 그대로 두되, 잠긴 문을 열어 다시 출발점으로 돌려놓는 것과 비슷하다.
두 번째 ‘역전 제어(Reversing control)’는 비가역성을 만드는 원인 자체를 제거해 세포가 서로 다른 상태 사이를 보다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문을 한번 닫으면 자동으로 잠기게 만드는 잠금장치 자체를 해제해, 이후에는 문을 다시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드는 것과 같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을 B세포 분화와 폐암의 상피-간엽 전이,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장세포(Enterocyte) 및 베타세포 분화 등 다양한 생물학적 모델에 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 연구에서 알려진 세포의 상태와 분화를 결정하는 주요 인자들과 일치하는 원인 회로를 정확하게 찾아냈다. 또한 실제 실험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한 분자 네트워크에서도 세포 상태를 효과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제어 방법을 제시해 기술의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중요한 의미는 ‘세포를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를 넘어 ‘세포는 왜 스스로 돌아오지 못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답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가 잠긴 문을 열 방법을 찾는 연구였다면, 이번에는 수많은 장치 가운데 실제로 문을 잠그는 핵심 잠금장치가 무엇인지 찾아낸 셈이다.
향후에는 암이나 노화 등에서 비정상적인 상태로 고착된 세포를 제거하는 기존 접근에서 나아가, 세포를 비정상적인 상태에 붙잡아 두는 핵심 회로를 찾아 이를 제어함으로써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기대된다.

< 연구 이미지 (AI 생성) >
조광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번 변하면 되돌아가지 않는 세포의 원인 회로를 찾아내고, 이를 제어해 세포를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 핵심”이라며 “향후 암과 노화 등에서 비정상적으로 굳어진 세포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전략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김종완 박사와 장성훈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이종훈 박사와 코빈 호퍼(Corbin Hopper) 박사과정 학생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온라인판 8월 18일 자에 게재됐다.
※ 논문명: The structural origin of irreversible transitions in biological networks, DOI: 10.1073/pnas.2600800123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과 기초연구실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출처 : https://researchnews.kaist.ac.kr/researchnews/html/news/?mode=V&mng_no=66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