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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CO₂보다 6,000배 강력한 반도체 온실가스…‘무질서의 힘’으로 잡는다​
  • KAIST총동문회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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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지승혁 생명화학공학과 박사후연구원,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 (왼쪽부터) 지승혁 생명화학공학과 박사후연구원,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

 

반도체를 만들 때 사용하는 가스 중에는 이산화탄소보다 6,000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가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여러 금속 원자를 섞으면 오히려 구조가 안정되는 ‘무질서의 힘’​을 이용해 이 가스를 높은 효율로 없애면서, 온실가스 분해를 돕는 촉매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연구팀이 삼성전자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미세회로를 만드는 공정 등에 사용되는 온실가스인 사불화탄소(CF₄)를 높은 효율로 장기간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CF₄는 반도체 웨이퍼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깎아 미세한 회로를 만드는 건식 식각 공정 등에 사용된다. 문제는 사용 후 남은 미량의 CF₄다. 탄소와 불소가 매우 단단하게 결합돼 있어 쉽게 분해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 약 5만 년 동안 남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도 이산화탄소보다 6,000배 이상 크다.

현재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는 CF₄가 그대로 배출되지 않도록 높은 온도에서 수증기와 촉매를 이용해 분해한다. 촉매는 화학반응이 더 빠르고 쉽게 일어나도록 돕는 물질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유해물질을 줄이는 촉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존 촉매는 오래 사용할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CF₄가 분해되면서 생기는 불화수소(HF)가 수분과 만나 강한 부식 환경을 만들고, 이로 인해 촉매의 미세한 입자들이 서로 뭉치거나 구조가 변하기 때문이다. 작은 촉매 입자들이 큰 덩어리로 뭉치면 처리해야 할 CF₄와 맞닿는 면적이 줄어들어 성능도 떨어진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역설적으로 ‘무질서의 힘’​을 이용해 해결했다.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원자를 하나의 구조 안에 고르게 섞으면 배열은 복잡하고 무질서해지지만, 오히려 특정한 구조로 쉽게 바뀌지 않아 전체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엔트로피 안정화(entropy stabilization)’​라고 한다. 쉽게 말해 여러 종류의 원자를 고르게 섞어 촉매가 한쪽으로 뭉치거나 다른 구조로 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알루미늄(Al), 아연(Zn), 갈륨(Ga), 니켈(Ni), 코발트(Co) 등 여러 금속을 하나의 알루미네이트 결정구조 안에 고르게 섞었다. 알루미네이트는 알루미늄과 산소를 기본 골격으로 여러 금속이 결합한 물질이다. 이를 통해 고온과 수분, 불소가 함께 존재하는 가혹한 환경에서도 쉽게 뭉치거나 변형되지 않는 ‘엔트로피 안정화 알루미네이트 촉매’​를 개발했다.

성능 차이는 뚜렷했다. 새 촉매는 기존 알루미나 촉매보다 CF₄를 분해하는 활성이 약 2.3배 높았다. 특히 약 800℃에서 150시간 동안 진행한 가혹 조건 실험에서 기존 알루미나 촉매의 CF₄ 전환율은 93%에서 48%로 떨어졌다. 반면 새 촉매는 98%에서 9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CF₄를 높은 효율로 제거하면서도 장시간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CF₄가 실제로 어떻게 분해되는지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산소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산소 동위원소를 이용했다. 쉽게 말해 산소 원자에 ‘이름표’를 붙여 반응 과정에서 산소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추적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촉매가 자신의 구조에 있는 산소를 먼저 이용해 CF₄를 분해하고, 주변의 수증기가 빠져나간 산소를 다시 채우면서 반응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촉매가 산소를 꺼내 쓰면 수증기가 다시 채워주는 일종의 ‘산소 충전 시스템’인 셈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그동안 이론적으로 제시됐던 CF₄ 분해 과정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여러 금속을 고르게 혼합한 알루미네이트 촉매의 설계와 반도체 공정가스 CF4 제거 성능 설명(AI 생성이미지)

< 여러 금속을 고르게 혼합한 알루미네이트 촉매의 설계와 반도체 공정가스 CF4 제거 성능 설명(AI 생성이미지) >

 

이번 연구는 CF₄를 잘 분해하는 촉매 하나를 개발한 것을 넘어, 높은 분해 성능과 긴 수명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금속의 종류와 조합을 바꿔 다양한 반도체 공정가스를 처리하는 촉매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민기 교수는 “자연계의 무질서가 오히려 구조를 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원리를 촉매 설계에 적용해 높은 CF₄분해 성능과 장기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며 “금속의 종류와 조합을 바꿔 다양한 반도체 공정가스 처리 촉매로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지승혁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했으며, 삼성전자 연구진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화학, 화공 분야 국제저명학술지 ‘앙게반테 케미 인터내셔널 에디션(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6월 게재됐다.

※ 논문명: Entropy-Stabilized Aluminate Catalysts that Break the Activity–Stability Tradeoff in CF₄ Hydrolysis, DOI: 10.1002/anie.6752036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유형1)과 우수연구자 교류지원사업(BrainLink)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출처 : https://researchnews.kaist.ac.kr/researchnews/html/news/?mode=V&mng_no=66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