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 KAIST총동문회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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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영균 교수, 라트나 아디티야 압사리 석사, 이소미 석사 >
자세를 바꾸면 기분도 달라질까? 그동안 몸의 자세와 움직임이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져 왔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같은 ‘우울한 몸짓’을 할 때 우울 증상 수준에 따라 뇌 반응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 어떤 동작이나 운동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고, 개인의 상태에 맞는 정신건강 관리 방법을 연구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영균 교수 연구팀이 무선 뇌영상 장비를 활용해 사람이 직접 몸을 움직이는 동안 뇌 활동을 측정하고, 우울 증상 수준에 따른 반응 차이를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 연구 개념도 >
사람들은 슬프거나 힘들 때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리거나 깊은 한숨을 쉬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기도 한다. 이런 몸짓은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반대로 몸의 자세가 감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실제로 우울 증상이 있는 사람이 자세를 곧게 했을 때 긍정적인 감정이 늘고 피로가 줄어들 가능성을 보고한 연구도 있다.
이처럼 자세와 감정의 관계를 살펴본 기존 연구에 더해, 이번 연구는 ‘같은 몸짓에도 우울 증상 수준에 따라 뇌가 다르게 반응하는가’에 주목했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이 같더라도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다를 수 있다는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다.

< 감정표현동작과 실험환경 >
이를 확인하려면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도 뇌 활동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표적인 뇌영상 장비인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은 좁은 장비 안에 누워 움직임을 제한해야 하므로, 웅크리거나 뛰는 동작 중 뇌 반응을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마에 착용하는 무선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fNIRS) 장비를 활용했다. 이 장비는 빛을 이용해 뇌 혈액의 산소 상태 변화를 측정한다. 뇌가 활동하면 혈류와 산소 상태도 달라지는데, 이를 통해 뇌 활동을 간접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이다. 센서를 착용한 채 움직일 수 있어 실제 몸짓 중 뇌 반응을 측정할 수 있다.

< 무선 fNIRS 장비와 측정 채널 배치 >
실험에는 20~35세 성인 52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우울 증상 설문(PHQ-9)과 정신건강 선별 면담을 거쳐 참가자를 우울 증상이 거의 없는 집단 27명과 우울 증상이 높은 집단 25명으로 나눴다. 이 설문은 최근 2주 동안 의욕 저하나 수면 문제 등 아홉 가지 증상을 얼마나 자주 경험했는지 묻는다. 이번 연구는 우울증 진단 여부가 아니라 설문으로 측정한 우울 증상 수준에 따라 집단을 구분했다.
각 집단의 참가자들은 부정적 감정 동작 또는 긍정적 감정 동작 가운데 한 가지 과제에 무작위로 배정됐다. 부정적 감정 동작은 ▲무릎 끌어안기 ▲크게 한숨 쉬기 ▲어깨 늘어뜨리기였으며, 긍정적 감정 동작은 ▲승리 포즈 ▲깡충 뛰기 ▲박수 치며 웃기였다. 참가자들은 각 동작을 30초 동안 하고 60초 동안 쉬는 과정을 네 차례 반복했다.

< 부정적 감정 동작 수행 중 전전두엽 활동 변화 >
연구팀은 몸을 움직일 때 센서가 흔들리거나 두피의 혈류 변화가 측정 신호에 섞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예를 들어 센서의 흔들림 때문에 생긴 변화가 뇌 활동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영향을 줄이는 보정 과정을 적용해 뇌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똑같이 웅크리고 한숨을 쉬거나 어깨를 늘어뜨려도 두 집단의 뇌 반응은 반대였다. 차이가 나타난 곳은 이마 바로 뒤에 있는 뇌 영역인 ‘전전두엽’의 왼쪽 앞부분이었다. 우울 증상이 거의 없는 집단에서는 이 부위의 활동이 증가했지만, 우울 증상이 높은 집단에서는 감소했다.

< 동작별 집단 간 전전두엽 활동 차이 >
특히 무릎 끌어안기, 한숨 쉬기, 어깨 늘어뜨리기라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동작에서 같은 부위의 반응 차이가 반복됐다. 반면 긍정적 감정 동작에서는 세 동작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뇌 활성 패턴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같은 몸짓을 하더라도 우울 증상 수준에 따라 뇌가 이를 다르게 처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반응 차이가 반복된 전전두엽의 왼쪽 앞부분을 몸의 움직임과 감정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후보 영역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발견은 앞으로 동작이나 운동을 활용한 정신건강 관리 방법을 연구할 때 개인의 상태를 고려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같은 동작을 했을 때 나타나는 뇌 반응과 실제 기분 변화를 함께 살펴보면, 우울 증상 수준에 따라 어떤 동작이 도움이 되는지 검증하는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
휴대형 뇌영상 장비로 특정 동작에 대한 반응을 반복해서 측정하는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의 뇌 반응을 화면으로 확인하면서 동작을 연습하는 ‘뉴로피드백’ 연구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번 연구가 특정 동작의 우울증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뇌 활동이 늘었다고 기분이 좋아지거나, 줄었다고 더 우울해졌다는 뜻도 아니다. 왜 두 집단의 반응이 다른지, 이러한 차이가 실제 감정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후속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 연구 모식도, AI 생성 >
박영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같은 몸짓에도 우울 증상 수준에 따라 뇌가 다르게 반응한다는 점을 실제 동작 중 측정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몸의 움직임과 감정의 관계를 이해하고, 향후 개인의 상태에 맞는 동작 기반 정신건강 관리 방법을 연구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뇌인지공학프로그램 라트나 아디티야 압사리 석사와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소미 석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박영균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브레인 리서치 불러틴(Brain Research Bulletin)’에 7월 31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Prefrontal responses to negative emotional movements in healthy and symptomatic individuals, DOI: 10.1016/j.brainresbull.2026.112064
※ 주요 저자 정보: 라트나 아디티야 압사리(KAIST 석사, 공동 제1저자), 이소미(KAIST 석사, 공동 제1저자), 박영균(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교신저자)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와 ‘ASTRA 프로젝트’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No. RS-2021-NR061634, RS-2024-00439379).
출처 : https://researchnews.kaist.ac.kr/researchnews/html/news/?mode=V&mng_no=68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