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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세운 ‘유전자 가위’ 스타트업… 실리콘밸리가 침흘리는 이유- 이근우 동문 (생명과학)
  • 총동문회 관리자
  • 2023-09-20
  • 조회수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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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딧 공동창업자인 이근우 대표(왼쪽)와 박효민 수석부사장. /진에딧


지난 7일(현지시각) 사우스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진에딧(GenEdit)의 실험실은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한쪽에선 체내 원하는 곳에 유전자 치료물질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물질을 찾기 위해 폴리머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기계가 작동 중이었다.


폴리머 나노입자는 진에딧이 가진 기술이다. 몸 안에서 유전질환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를 치료할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등을 둘러 싸서 체내 원하는 곳에 안전하게 전달하는 물질이다. 현재는 원숭이 대상 임상실험에서 효과를 증명했고, 인체 대상 임상 실험을 앞두고 있다.


진에딧은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이자 ‘유니콘 감별사’로 유명한 세콰이어캐피탈이 시드 단계부터 투자를 했다. 진에딧의 기술이 현실화되면 그동안 고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된 각종 유전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진에딧은 UC버클리 생명공학과 박사인 이근우(33) 대표와 박효민(41) 수석부사장이 2016년 공동 설립했다. 7일 만난 두 사람은 “이르면 5년 후부터는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본다”며 “유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질병 중 하나로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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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석학 스카우트 제안 거절하고 창업

이근우 대표는 대구과학고를 나온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06학번이다. UC버클리에서 바이오공학 박사를 땄다. 약물 전달학 중 단백질 전달 분야를 전공했다. 박 부사장은 고려대 생명공학과 00학번으로, 동대 대학원에서 식품학 석사를 했고, 버클리에서 대사질환 연구로 박사가 됐다. 두 사람은 버클리 내 한인 생명과학자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2010년대 중반 유전자 치료 분야에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등장했다. 바로 유전자 가위(CRISPR)다.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가 개발한 기술로, 체내에서 유전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는 이 기술로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바이오 업계는 환호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치료물질을 체내 원하는 곳에 전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근우 대표는 박사 과정 중 고분자화합물인 폴리머 나노 입자를 통해 몸 안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네이처 계열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고 학계에 입소문이 났다. 이론적으로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의 유전자가위 기술과 이근우 대표의 전달 기술을 결합하면 유전자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펑장 MIT 교수, 모더나 창업자인 밥 랭어 MIT 교수 등으로부터 박사후연구원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창업을 선택했다. “유전자 치료제를 전달하는 물질 개발은 학계에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매우 큰 스케일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산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택했습니다.”


◇사업 초기부터 세콰이어 선택받아

이 대표는 한인 모임에서 호형호제하며 지낸 박 부사장과 의기투합했고, 버클리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스카이덱’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가 기술 개발 등 전체적인 부분을 맡고, 박 부사장이 회사 인사나 운영 관련 업무를 도맡는다.


진에딧은 사업 시작 후 얼마되지 않아 뜻밖의 기회를 잡았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탈인 세콰이어가 시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우리의 사업이 비즈니스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투자자들에게 검증을 받자는 심정으로 첫 피칭을 했습니다. 이 때 낯선 사람이 ‘피칭을 함께 들어도 되느냐’고 했죠. 알고 보니 그분이 세콰이어 소속이었습니다. 세콰이어는 투자에 앞서 딱 하나만 묻더군요. ‘이걸로 10년 뒤에 세상이 변할 것 같으냐’고요.”


이 대표는 “이 질문에 10년 뒤 인류의 삶이 유전자 치료로 변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 미래를 여는 데 의미있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세콰이어가 시드 단계에서 한인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진에딧이 지금까지 유일무이하다.



출처 :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1/12/14/YRYTINEUAZB3NL76IDNDYAIU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