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 KAIST총동문회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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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생명화학공학과 강민주 박사과정, 이상엽 특훈교수, 이영준 박사, 김기배 박사 >
택배 상자부터 가구, 전자제품, 자동차까지 널리 쓰이는 ‘열로 녹여 붙이는 접착제’를 석유 대신 미생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대장균을 이용해 포도당으로부터 새로운 바이오 기반 고분자를 생산하고, 이 소재가 핫멜트 접착제로 활용될 수 있는 접착 성능과 열적 특성을 갖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대장균의 유전자와 대사과정을 조절해 포도당으로부터 접착제 소재를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공장’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미생물이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도록 설계하는 시스템대사공학(Systems Metabolic Engineering)을 활용해 대장균의 대사경로를 새롭게 설계했다. 이를 통해 포도당으로부터 생분해성 고분자의 일종인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olyhydroxyalkanoate, PHA) 계열의 새로운 접착제 소재인 poly(4HB-co-PhLA)와 poly(3HB-co-4HB-co-PhLA)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핫멜트 접착제(Hot-melt adhesive, HMA)는 쉽게 말해 ‘글루건 접착제’처럼 열을 가하면 녹고, 식으면 굳으면서 물체를 붙이는 접착제다. 별도의 유기용매가 필요 없고 빠르게 접착할 수 있어 포장재부터 가구, 전자제품, 자동차, 건축자재 등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현재 핫멜트 접착제 대부분은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thylene-vinyl acetate, EVA)와 같은 석유 유래 고분자를 기반으로 한다. 접착 성능은 뛰어나지만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폐기물과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생분해성 포장재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붙이는 접착제가 분해되지 않으면 제품 전체의 친환경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생물이 포도당과 같은 재생 가능한 원료로부터 만들 수 있는 생분해성 고분자 PHA에 주목했다. PHA는 어떤 성분을 어떤 비율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유연성·강도·내열성 등 소재의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4-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4HB)와 페닐락테이트(PhLA)를 고분자로 만들었다. 4HB는 소재를 부드럽고 잘 달라붙게 하고, PhLA는 단단함과 열에 견디는 성질을 높인다. 즉 ‘잘 붙는 성질’과 ‘열에 잘 견디는 성질’을 조합해 접착제의 성능을 조절한 것이다.
실제로 두 성분의 비율을 달리하자 고분자의 열적 특성과 접착 성능도 달라졌으며, 4HB가 약 24~34몰%(mol%, 고분자를 구성하는 성분의 분자 수를 기준으로 나타낸 비율) 포함됐을 때 우수한 접착 성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대장균이 포도당으로부터 4HB와 PhLA를 만들고 이를 하나의 고분자로 연결하도록 세포 내부의 대사경로를 설계했다. 쉽게 말해 대장균이라는 작은 ‘생산공장’에 포도당을 공급하면 접착제 소재가 만들어지도록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성분을 동시에 생산할 때 생기는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의 세기와 시점을 조절하고, 물질 생산에 필요한 CoA 전달효소(CoA transferase, CoA기를 붙여 세포 안에서 특정 물질이 다음 화학반응에 사용될 수 있도록 돕는 효소)를 추가했다.
또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화학반응을 컴퓨터로 분석하는 게놈 규모 대사모델(Genome-scale metabolic model)을 활용해 원료가 부족하거나 생산에 병목이 생기는 대사경로를 찾아 최적화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미생물을 배양하는 유가식 발효(Fed-batch fermentation)를 통해 poly(4HB-co-PhLA)를 배양액 1리터당 10.2g 생산했다. 여기에 3HB 생산 경로를 추가한 poly(3HB-co-4HB-co-PhLA)는 1리터당 52.8g까지 생산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고분자가 실제 핫멜트 접착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시험했다. poly(4HB-co-PhLA)는 스테인리스강 전단 접착 시험에서 4.58MPa(메가파스칼)의 전단 접착력을 기록해 비교 대상으로 사용한 상용 EVA 접착제의 4.20MPa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전단 접착력은 붙어 있는 두 물체를 옆으로 엇갈리게 밀어 떼어낼 때 얼마나 강하게 버티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또 poly(3HB-co-4HB-co-PhLA)는 목재 접착 시험에서 상용 EVA 접착제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나타냈다.
poly(4HB-co-PhLA)는 반복해서 녹였다가 다시 접착한 뒤에도 상당 수준의 접착력을 유지했다. PhLA 성분을 넣으면서 열에 견디는 성질도 향상되었다.
생분해 가능성도 확인했다. 지방 등을 분해하는 효소인 리파아제(Lipase)를 처리하자 고분자 표면이 손상되고 분자량과 전체 질량이 감소했다. 이는 새롭게 개발한 방향족 PHA가 효소에 의해 분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친환경 접착제 개발과 함께, 미생물의 대사경로를 설계해 원하는 성질을 갖는 기능성 소재를 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접착력·유연성·내열성 등 필요한 기능에 맞춰 고분자의 특성을 조절하고, 이를 미생물로 생산하는 바이오제조 기술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 의존해온 기능성 고분자를 포도당과 같은 재생 가능한 원료로 생산할 수 있어, 향후 접착제뿐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고분자 소재의 지속가능한 생산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 연구 모식도 (미생물 세포 공장에서 핫멜트 접착제 생산) >
이상엽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생물의 대사를 정밀하게 설계해 단순히 고분자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기능성 소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향후 다양한 비천연 단량체와 미생물 세포공장을 활용하면 석유 기반 접착제뿐 아니라 여러 기능성 고분자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바이오제조 기술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강민주 박사과정생, 이영준 박사, 김기배 박사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7월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온라인 공개됐다.
※ 논문명: Synthesis of poly(4HB-co-PhLA) and poly(3HB-co-4HB-co-PhLA) as sustainable hot-melt adhesives using engineered Escherichia coli, DOI: 10.1038/s41467-026-75809-9
※ 저자 정보: 강민주(KAIST), 이영준(KAIST), 김기배(KAIST), 이상엽(KAIST, 교신저자)
※ 관련 동영상 링크 : https://media.springernature.com/original/springer-static/esm/art%3A10.1038%2Fs41467-026-75809-9/MediaObjects/41467_2026_75809_MOESM7_ESM.mp4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원천기술 개발 사업(과제번호: 2022M3J5A1056117)’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출처 : https://researchnews.kaist.ac.kr/researchnews/html/news/?mode=V&mng_no=671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