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 KAIST총동문회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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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효주 박사과정생, 이준호 박사과정생, 오한얼 박사과정생, 우태균 박사과정생, 김태규 KAIST 화학과 교수 >
햇빛으로 수소를 만들려면, 빛에서 얻은 에너지를 반응에 쓰일 때까지 붙잡아 둬야 한다. 하지만 빛을 받아 에너지를 얻은 전자가 원래 자리로 금세 돌아가면, 그 에너지를 활용하기 어렵다. 우리 대학 공동연구진은 빛을 받아 화학반응을 돕는 소재 속 작은 빈자리가 ‘전자의 대기실’처럼 작용해, 빛 에너지를 활용할 시간을 벌어주는 원리를 밝혀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김태규 교수 연구팀이 경희대학교(총장 김진상) 김태우 교수, 가톨릭대학교(총장 최준규) 김중한 교수, 포항가속기연구소(소장 김재영) 이재혁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이산화티타늄 속 ‘산소 결함’이 전자를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산소 결함은 소재를 구성하는 산소 원자가 빠져 생긴 빈자리를 뜻한다.

< 산소 결함으로 인해 생성된 깊은 트랩 상태에 의한 광유도 전하 재결합 지연 >
이산화티타늄은 빛을 받으면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광촉매’의 대표적인 소재다. 태양광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꾸고,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기술에 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이 소재에 빛을 비추면 전자가 에너지를 얻어 이동하고, 전자가 떠난 자리에는 ‘정공’이 생긴다. 정공은 쉽게 말해 전자가 비운 자리다. 전자와 정공은 각각 화학반응에 쓰일 수 있지만, 반응에 참여하기 전에 전자가 정공을 다시 채우면 빛에서 얻은 에너지를 활용할 기회를 잃는다. 이를 ‘재결합’이라고 한다. 따라서 전자와 정공이 곧바로 재결합하지 않도록 해 반응에 활용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산소 일부가 빠져 푸른빛을 띠는 ‘블루 이산화티타늄(blue TiO₂)’에 주목했다. 이 소재의 산소 결함은 전자가 잠시 머무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정공이 ‘전자가 비운 자리’라면, 산소 결함은 ‘산소 원자가 빠진 자리’로 서로 다르다. 이번 연구에서는 산소 결함이 전자를 어떻게 붙잡고 재결합을 늦추는지 살펴봤다.
이를 위해 포항가속기연구소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인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X-ray Free Electron Laser)’를 활용했다. 초고속 카메라로 순간적인 움직임을 포착하듯, 매우 짧은 엑스선 펄스로 빛을 받은 소재 내부의 변화를 추적하는 장치다. 연구팀은 티타늄 원자 주변의 변화를 1,000조분의 1초인 ‘펨토초(femtosecond)’ 단위로 관찰했다. 여기에 빛의 흡수 변화를 측정하는 광학 분석과 컴퓨터 계산을 결합했다.
그 결과 일반 이산화티타늄과 블루 이산화티타늄 모두 빛을 받은 직후에는 전자가 빠르게 에너지를 일부 잃고 일시적으로 붙잡혔다. 차이는 그다음 과정에서 나타났다. 블루 이산화티타늄에서는 산소 결함의 영향으로 전자가 더욱 안정적으로 붙잡히는 ‘깊은 포획 상태’가 형성됐다.
이는 공이 얕은 홈보다 움푹한 곳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소재에 깊은 구멍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전자가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에너지 상태에 놓인다는 의미다. 이 상태가 ‘전자의 대기실’ 역할을 하면서 정공과의 재결합을 늦춘 것이다.

< 펨토초 X-선으로 본 이산화티타늄에서의 산소 결함과 전하 수명 간 관계 규명 연구, AI 생성 이미지 >
실제로 블루 이산화티타늄의 전자는 약 1.5나노초에 걸쳐 더욱 안정적으로 붙잡히는 ‘깊은 포획 상태’로 이동했다. 1나노초는 10억 분의 1초로, 눈 깜짝할 사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전자가 ‘대기실’에 자리 잡는 셈이다. 이후 전자와 정공이 다시 만나는 재결합은 일반 이산화티타늄보다 약 2.5배 느리게 일어났다. 이는 전자가 빛에서 얻은 에너지를 잃기까지 더 오래 유지돼, 화학반응에 활용될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자가 붙잡히는 과정에서는 주변 원자들의 배열도 함께 변했다. 이는 산소가 빠진 빈자리와 주변 원자 구조의 변화가 함께 전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산소 결함이 전자를 붙잡는 과정부터 주변 원자 구조의 변화, 재결합이 늦어지는 결과까지 연결해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산소 결함의 양과 분포를 조절해 전자를 오래 유지하는 광촉매를 설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태양광 수소 생산과 이산화탄소 전환, 오염물질 분해 등에 필요한 고효율 광촉매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성능을 높이려면 오래 붙잡힌 전자가 화학반응에도 효과적으로 참여하는지 후속 연구로 확인해야 한다.

< 연구개요 및 기대효과, AI 생성 이미지 >
김태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재 속 산소가 빠진 빈자리가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 전자를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며 “앞으로 소재의 미세한 구조를 조절해 빛 에너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광촉매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화학과 우태균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KAIST 김태규 교수, 경희대학교 김태우 교수, 가톨릭대학교 김중한 교수, 포항가속기연구소 이재혁 박사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에 2026년 9월 17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Femtosecond X-ray Tracking of Oxygen Vacancy-Driven Shallow-to-Deep Trap Transition and Its Impact on Charge Carrier Dynamics in Blue TiO₂, DOI: 10.1021/jacs.6c10078
※ 주요 저자정보: 우태균(KAIST 화학과 박사과정, 제1저자), 김태규(KAIST 화학과 교수, 교신저자), 김태우(경희대학교 교수, 교신저자), 김중한(가톨릭대학교 교수, 교신저자), 이재혁(포항가속기연구소 박사, 교신저자)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노코어(InnoCORE) 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KAIST 세대 간 협력연구실(Cross-Generation Collaborative Lab)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실험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 실험시설을 활용해 진행됐다.
출처 : https://researchnews.kaist.ac.kr/researchnews/html/news/?mode=V&mng_no=685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