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 KAIST총동문회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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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POSTECH 화학과 이현우 박사(제1저자), 화학과 최희철 교수, 국립부경대 융합소재공학부 박지훈 교수, KAIST 화학과 박선아 교수 >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반도체 안에서 전기가 흐르는 길을 열고 닫으며 정보를 처리한다. 이때 켜고 끄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게이트 전극’도 기성복을 고르듯 쓰는 대신, 맞춤복처럼 만들 수 있을까. 우리 대학 공동연구진은 금속과 유기 분자를 조합한 소재로 이 부분을 만들어, 실제로 전류를 켜고 끌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앞으로는 옷감과 치수를 고르듯 소재의 조합을 바꿔 반도체에 필요한 성질을 맞추는 데 활용하여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박선아 교수 연구팀이 국립부경대학교(총장 배상훈), POSTECH(총장 김성근),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연구진과 공동으로 전기가 흐르는 금속-유기 구조체(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얇고 정밀하게 가공해 반도체의 게이트 전극으로 구현했다고 26일 밝혔다.

< 2차원 전도성 MOF 박막을 미세 패터닝해 다양한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전극과 소자 어레이에 적용한 개념도 >
연구팀이 전극을 적용한 대상은 전계효과 트랜지스터(Field-Effect Transistor, FET)다. 트랜지스터는 전기 신호에 따라 전류를 켜고 끄거나 조절하는 반도체의 기본 부품이다. 수도꼭지 손잡이로 물의 흐름을 조절하듯, 게이트 전극에 전압을 걸어 전류의 흐름을 조절한다. 현재 게이트 전극에는 전기가 잘 흐르는 금속이 주로 쓰인다. 그러나 금속은 소재마다 전자적 성질이 정해져 있어, 반도체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자유롭게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전도성 MOF는 금속과 유기 분자를 조립 블록처럼 연결한 소재다. 블록의 부품을 바꾸면 완성품의 성질이 달라지듯, 금속과 유기 분자의 조합을 바꾸면 전기적 성질도 조절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전자가 소재 밖으로 나오기 위해 넘어야 하는 ‘문턱’에 해당하는 일함수다. 이 문턱의 높이는 반도체가 켜지는 전압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소재의 조합을 바꾸면 반도체가 원하는 전압에서 켜지도록 전극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도성 MOF를 실제 반도체 소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기술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먼저, 주로 분말 형태로 얻어지는 MOF를 소자 제작에 적합하도록 표면이 매끄럽고 두께가 균일한 박막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필요한 부분만 남도록 정밀하게 가공해야 한다.
연구팀은 먼저 기체 상태의 원료를 반응시켜 MOF를 얇고 고른 박막으로 만들었다. 이 방법을 ‘화학기상증착(CVD)’이라고 한다. 이어 옷감에 도안을 그리고 재단하듯, 빛을 이용하여 기판위에 원하는 미세 패턴을 형성했다. 이 과정을 ‘포토리소그래피’와 ‘식각’이라고 부르는 반도체 가공 기술이다.
가공 중 소재가 손상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두 종류의 식각액을 차례로 사용했다. 비교적 천천히 반응하는 과황산암모늄(APS)으로 기본 모양을 만들고, 빠르게 반응하는 크로뮴(Cr) 식각액을 짧게 사용해 남은 물질을 정리했다. 이렇게 가공한 뒤에도 소재의 구조와 화학적 상태, 전기가 흐르는 성질이 대부분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 전극을 이황화몰리브덴(MoS₂), 이텔루륨화몰리브덴(MoTe₂), 산화물 반도체(IGZO) 등 서로 다른 세 종류의 반도체에 적용해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MoS₂ 반도체에서는 전류가 흐르는 길은 그대로 두고, 이를 조절하는 전극을 새 MOF 소재와 기존 백금으로 각각 만들어 비교했다. 그 결과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는 전압과 전하가 이동하는 특성 등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새 소재로 만든 전극도 기존 금속 전극처럼 전류를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전극을 여러 개 한꺼번에 만드는 시험도 했다. 하나의 기판에 IGZO 트랜지스터 23개를 배치하고, 한 번의 도안 가공으로 각 트랜지스터에 필요한 전극을 모두 만들었다. 그 결과 23개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안정성 시험에서는 IGZO 트랜지스터가 게이트 전압을 400회 연속으로 구동한 뒤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다. MoS₂ 트랜지스터 역시 약 1년 동안 대기 중에 보관한 뒤에도 MOF 게이트의 작동 특성이 유지됐다.

< 연구 모식도, AI 생성 >
이번 연구는 MOF를 실제 반도체에서 전류를 켜고 끄는 전극으로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향후에는 MOF의 구성 성분을 바꿔 소자가 요구하는 특성에 맞는 전극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다양한 전도성 MOF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대면적 박막의 균일성과 미세 패터닝 정밀도, 공정 재현성과 장기 신뢰성을 검증해 맞춤형 반도체 전극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KAIST 박선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도성 MOF가 단순히 전기가 흐르는 신소재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 반도체 공정으로 가공해 실제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의 전극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이다”며 “앞으로 소자의 목적에 맞춰 전자적 특성을 설계할 수 있는 맞춤형 전극으로 발전시켜 차세대 반도체 소자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POSTECH 이현우 박사가 제1저자로, KAIST 화학과 박선아 교수, POSTECH 화학과 최희철 교수, 국립부경대학교 융합소재공학부 박지훈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9월 15일 게재됐다.
※ 논문명: Lithography–Compatible Conductive Metal–Organic Frameworks for Scalable Electronics, DOI: 10.1002/adma.75003
※ 저자 정보: 이현우 박사(POSTECH, 제1저자), 이한주 박사(연세대학교, 제2저자), 최명근 박사(POSTECH, 제3저자), 최희철 교수(POSTECH, 교신저자), 박지훈 교수(국립부경대학교, 교신저자), 박선아 교수(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의 ‘탑-티어’ 및 ‘글로컬 R&D’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출처 : https://researchnews.kaist.ac.kr/researchnews/html/news/?mode=V&mng_no=685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