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KAIST 다니며 할수 있단 믿음 생겼죠"
- 총동문회 관리자
- 202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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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 박혜린 씨 졸업생 연설
세 아이 엄마 최새롬 씨도 주목
2021년 KAIST 학위 수여식에서 장애를 딛고 학사학위를 받는 박혜린(24·전산학부) 졸업생
KAIST 제공
중증 장애를 이겨내고 학사학위를 받은 학부 졸업생과 세 아이의 엄마로 두 번의 출산과 양육을 해내며 박사학위를 취득한 박사 졸업생까지.
18일 열리는 '2022년도 KAIST 학위수여식'에서 장애과 출산, 육아 등의 어려움을 이겨낸 화제의 졸업생들이 눈길을 끈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2017년 중증 장애 학생으로 KAIST에 처음 입학한 박혜린(24·전산학부)씨가 졸업의 영예를 안는다.
중증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태어난 박씨는 어릴 적 수학자의 꿈을 키워 각고의 노력 끝에 2017년 KAIST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의 대학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수업시간마다 다른 건물에 있는 강의실을 찾아가야 했고, 계단 때문에 눈 앞에 보이는 입구를 마다하고 멀리 돌아 강의실에 가야 하는 일도 빈번했다.
어렵게 찾은 진입로가 자동문이 아니거나, 엘리베이터가 없을 때 혼자 힘으로 힘겹게 강의실을 찾아 수업을 듣기도 했다.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학교생활을 이어갔지만, 첫 학기가 끝나갈 무렵 몸무게가 10㎏나 빠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박씨는 "삶에는 언제나 장애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나만이 해 낼 수 있는 일'을 찾아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해 보기로 마음 먹고 학교에 개선이 필요한 점을 적극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이 즉각 반응했다. 박씨의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장애인 주차구역 변경과 경사로 설치, 체육 교과목 이수 예외 규정 등을 신속하게 해줬다. 이후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느낀 박씨는 학과 성적 우수학생에 뽑혀 전산학으로 전공을 바꿔 졸업하게 됐다. 그는 KAIST 석사과정(전산학부)에 진학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박씨는 KAIST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연설을 한다. 그는 "제 앞길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겠지만, KAIST가 더 굳게 심어준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박사 과정 6년 동안 두 번의 출산을 포함해 세 아이를 키우며 박사학위를 받는 최새롬(34세, 바이오·뇌공학과)씨도 화제의 주인공이다.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최씨는 미국 UC버클리대,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2016년 2월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박사과정에 들어왔다. KAIST가 창시한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위해 역(逆) 유학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최씨에게 한국 유학생활은 쉽지 않았다. 박사 진학 무렵 첫 아이를 낳은 뒤, 아이를 키우며 학위를 시작해야 했다. 연구와 육아 병행이 제법 익숙해지자, 둘째 아이가 생겼다.
지도교수와 학교의 배려로 출산 후 학교에 돌아올 수 있었고, 연구에 모자란 시간은 아이를 집에 데려다 놓은 뒤 다시 연구실로 복귀하거나, 아이가 잠든 새벽 시간을 이용해 연구를 했다. 연구에 속도가 붙어 졸업을 준비할 즈음 세 번째 생명이 찾아왔다. 산후조리원에서 논문 초안을 준비하며 연구성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할 수 있었다.
최씨는 "출산과 연구를 병행한 첫 번째 학생이자, 심지어 최초의 다산(多産) 학생이라는 기록까지 갖게 됐다"며 "이 두 가지의 중요하고 커다란 일을 동시에 해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과 장성환 삼성브러쉬 회장이 명예박사학위를 받는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박사 과정 중 두 번의 출산을 포함해 세 아이를 양육해 박사학위를 받은 최새롬 졸업생.
KAIST 제공